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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총재 ‘아군’에 뭇매…與“잇단 실언 책임 용퇴해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13일 전체회의에서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외환정책과 관련된 잇따른 실언으로 여야 의원들로부터 집중타를 맞았다. 특히 열린우리당의 경제통인 이계안 의원과 우제창 의원이 박총재의 용퇴를 촉구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이의원은 “외환운용과 관련된 실언으로 막대한 환율방어 비용이 소모됐다”며 “통화정책의 수장으로서 본인의 실수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스스로 사임할 생각이 없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의원은 한은 ‘경기예보’의 신뢰도가 추락한 점을 지적하며 “시장의 신뢰와 중앙은행의 위상 복원을 위해 용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영선 의원(우리당)과 최경환, 이종구 의원(한나라당)도 시장 혼란에 대한 책임과 업무수행의 적격성을 문제삼았다.

박총재는 이에 대해 “최근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는 우리 정부가 환율시장을 조작하고 의도적으로 외화를 축적하고 있다는 외부의 비판여론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미세조정을 통해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대목은 빼고 환율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내용만 보도한 것은 억울하며 1조원을 날렸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도 잘못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금융계에서도 박총재 용퇴론이 대체로 정치권의 과잉대응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신중하지 못한 발언에 대한 지적은 있을 수 있지만 사퇴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특히 박총재의 발언 때문에 금융시장이 영향을 받았다면 그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박총재의 입보다는 중도퇴진에 따른 독립성 훼손이 더욱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박총재의 발언으로 인해 금융계가 실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게 거의 없기 때문에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의 배경에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일부 신중치 못한 발언이 있긴 했지만 용퇴론은 무리라는 얘기도 나왔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연구위원은 “중앙은행 총재로서 발언에 일부 신중하지 못한 대목이 있었지만 이것이 용퇴론의 근거가 될 만큼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일시적인 것 외에는 시장에 미친 영향도 크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총재의 중도하차가 오히려 시장의 불안감만 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은행권의 또다른 관계자는 “박총재의 발언보다는 오히려 중앙은행 총재가 중도하차하는 게 외환시장에서는 더욱 큰 이슈가 될 수 있다”면서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박총재가 중도하차할 경우 이는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으로 비칠 수 있으며 이 문제가 박총재의 발언보다 더욱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김명호 전 한은 총재가 부산지점의 화폐부정인출사건으로 퇴진한 것 외에는 중도하차한 예가 사실상 없었다는 게 한은측의 설명이다. 20대 총재였던 이경식씨가 임기 전에 자리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이는 한은법 개정 때문이었고 전철환 전 총재는 임기를 채웠다.

일부에서는 ‘우군’으로 여겼던 여당에서 먼저 박총재의 용퇴론을 제기한 점을 들어 부동산 등 경제난국의 책임을 한은에 떠넘기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편 한은은 이날 재경위에 제출한 ‘업무현황’을 통해 올 하반기에도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금리정책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혀 현행 저금리기조가 유지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있는 부동산가격의 움직임에는 특별히 주시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환율이 일시적인 수급불균형과 시장심리 불안에 따라 급격하게 변동할 때에는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 yongmin@fnnews.com 김용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