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섬에서]제약주 ‘묻지마투자’ 조심을/임호섭 산업2부 차장

임호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6.17 13:10

수정 2014.11.07 17:37



놀음판을 예로 보자. 밑천이 두둑한 쪽은 승패에 관계없이 과감한 베팅을 할 수 있지만 약자는 그렇지 못하다. 좋은 패를 들고도 상대의 기세에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강자들은 약자의 이런 심리를 이용해 힘 안들이고 판돈을 싹쓸이 한다.

주식시장도 다를 바 없다. 개미들의 놀음판에 투기자본이 들어오면 판돈은 순식간에 엄청난 규모로 불어난다. 투기자본들이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동안 개미들의 회당 베팅액수는 1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늘어난다.
개미들은 그 판돈의 상당 부분이 자신과 같은 또다른 개미들에 의해 조성됐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는다.

그들의 정신은 오로지 판돈의 규모에 팔려있다. 이번만큼은 내돈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강하게 배어 있음은 물론이다. 개미들은 판이 끝난 뒤에야 작전에 말렸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한번 빠져든 놀음판의 유혹을 떨치기란 쉽지 않다. 최근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이고 있는 제약주를 보고 있노라면 문득 이런 불안감이 스친다.

제약주의 강세는 가히 메가톤급이다. 지난해 6월부터 종합주가지수를 따돌리기 시작한 제약업종 지수는 지난 15일 장중 2132를 기록,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1년 전 지수(1173)를 기준으로 볼 때 81.75%가 오른 것이다.

제약주는 종목별로도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16개 종목이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이같은 강세는 매출이 두 자릿수를 웃도는 업종 성장률이 기업들의 실적을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과연 투자자들의 바람처럼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만한 재료가 있는지는 꼼꼼히 살펴볼 일이다.

실적 개선 없이 줄기세포나 바이오 테마에 편승하는 ‘묻지마 투자’는 위험을 자초하는 꼴이다. 최근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이고 있는 제약주들 중에는 근거가 불분명한 신약개발 소식 등이 주가 변동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 아직 임상에도 착수하지 않았지만 소문이 부풀면서 제품 개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식의 묻지마 투자가 결국 개미들에게 큰 손실을 입힐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의 상황은 판돈 규모를 늘리는 놀음판의 상황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옥석’을 가리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 ekg21@fnnews.com 임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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