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몸 움츠리는 편의점업계/박신영기자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6.19 13:10

수정 2014.11.07 17:36



“짜고 치는 고스톱에 들러리 서는 격 아니냐.”

경실련이 편의점 업계에 ‘불공정 약관에 관한 공청회’에 참석해 달라고 하자 편의점 업계가 보인 반응이다. 주최측이 자신들을 고발한 경실련인만큼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은 자리에 참석할 수 없다는 게 요지다.

지난 4월 경실련은 편의점의 불공정 약관 및 불공정 거래에 대해 공정위에 고발한 바 있다. 이후 편의점 업계는 “경실련이 일부 점주들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인다”며 불만을 토로해왔다.

그러나 막상 경실련이 토론회를 마련하자 “잘해봐야 본전도 못찾을 것”이라며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고 있다. 말로는 점주들과 본부는 한 배를 타고 있다고 하면서도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 협회의 태도도 비슷하다. 업계 입장을 대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편의점 업계를 이끌어온 5개의 기업형 편의점은 현재 위기에 처해있다. 중소업체가 운영하는 독립형 편의점의 세력 확장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독립형 편의점은 대략 500∼600 곳. 중소기업 체인본부의 공동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는 ‘나홀로’ 편의점까지 포함할 경우 이 숫자는 1000여 곳이 넘는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특히 일부 점주들은 독립형 편의점의 가맹 조건이 대기업형에 비해 유리하다고 판단, 독립형 편의점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다단계 판매업체인 JU네트워크도 편의점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같은 위기를 반영하듯 지난해 훼미리마트,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바이더웨이 등 5개 기업형 편의점의 폐점 점포 숫자는 513개로 지난 2003년의 423개보다 21.3%, 지난 2002년(155개)에 비해 무려 3.3배나 늘었다.


요즘 편의점 업계는 안으로는 점주들과의 갈등, 밖으로는 새로운 업체들의 위협으로 내우외환에 처한 상태다. 내부적 갈등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다면 외부의 공격에도 제대로 맞설 수 없다.
편의점 업계가 더 적극적인 해결 자세를 보여줘야 할 때다.

/ padet80@fnnews.com 박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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