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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람들 “청약저축통장 있으나 마나”

김재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6.20 13:10

수정 2014.11.07 17:35



2년 전 공기업에 취직한 지방 출신인 김형욱씨(30)는 취직과 함께 서울지역 청약저축에 가입했다. 현재 김씨는 청약저축 1순위가 됐지만 김씨가 살 수 있는 서울지역 아파트는 거의 없다.

청약저축 가입자가 청약할 수 있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가 서울에서 거의 분양되지 않는 데다 있다고 하더라도 분양가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김씨는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돕는다는 청약저축이 현재 서울에선 거의 쓸모가 없다”면서 “고분양가로 인해 청약저축 1순위에 당첨돼도 계약금을 못낼 형편”이라며 한탄했다.

청약저축에 대한 전방위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청약저축은 당초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돕고자 정부가 20년 전에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그러나 주택시장 상황이 변해 활용가치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서울지역 청약저축 활용할 곳 없어=이런 현상은 서울지역이 특히 심하다. 서울지역에 신규 아파트를 공급하기에는 택지가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6차 동시분양까지 공급된 서울시 주택물량은 모두 3만3067가구. 이중 일반분양분은 6392가구로 전체 공급물량의 19%선이다. 특히 청약저축을 통해 분양받을 수 있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는 5117가구밖에 되지 않는다.

청약저축 가입자가 청약할 수 있는 주공아파트도 지난해 4월 신림동에 315가구 일반분양분을 마지막으로 올해 말까지 공급이 전혀 없다.

주공 관계자는 “오는 2006년 사당동 재건축사업과 2007년 상암동에 분양계획이 각각 있을 뿐 그 전까지는 서울시에 주택공급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재건축단지의 경우 개발이익환수제로 인해 소형평형 아파트를 의무적으로 공급해야 하지만 재건축조합과 건설사측은 수익성을 이유로 소형평형 해당분을 잠실주공2단지의 예처럼 12평형과 같은 극소형 평형으로 공급해 사실상 실거주 목적을 가진 서민들이 청약하기란 쉽지 않다.

스피드뱅크 김은경 리서치팀장은 “재건축을 통해 공급되는 일반분양 물량은 한계가 있다”면서 “일반분양분도 극소형 평형이거나 대부분 1층 또는 향이 좋지 않은 곳이 많다”고 말했다.

더구나 잠실주공2단지 12평형 분양가가 2억원에 달하는 등 서울시 분양아파트 평당 분양가가 2000만원에 근접해 첫 내집 마련을 위한 청약저축 1순위 가입자에게는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대기업 입사 4년차인 석모씨(30)는 “서울지역 아파트 청약은 분양가가 너무 높아 엄두를 못내는 형편”이라면서 “청약예금으로 전환한다고 중대형 평형을 구입할 수도 없어 수도권으로 주소를 옮기는 것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청약저축 가입자는 ‘늘어’=반면 서울지역 청약저축 가입자는 늘고 있다. 서울시 청약저축 가입자는 5월 말 현재 59만여명. 이는 올 초 51만여명에 비해 8만명이나 증가한 수치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요즘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청약저축을 만들어준다”며 “2년만 불입하면 1순위 자격을 얻어 대부분 1순위 자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청약저축 1순위의 의미는 갈수록 퇴색해 현재 서울시에서 내집을 마련키 위해서는 사실상 청약저축 1순위 자격보다 고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또한 서울지역 청약저축 가입자도 수도권지역 분양물량에 청약할 수 있지만 판교와 같이 유망지역은 사실상 현지 청약저축 가입자에게서 순위가 마감되기 때문에 청약저축 사용에 제한이 있다.


국민은행 부동산사업팀 이주헌 과장은 “20만평 이상인 택지지구는 분양물량 중 30%가 현지 청약통장 가입자에게 돌아가고 70%가 나머지 수도권(서울·인천 포함)에 돌아간다”며 “서울지역 청약저축을 갖고 있다고 해서 불이익이 있는 것은 아니나 향후 주택공급이 많은 수도권의 청약저축 가입자가 유리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청약저축에 손질을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청약통장제도가 만들어졌던 지난 20년 전에는 청약저축이 주택의 절대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주택 보급을 할 수 있는 방법이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 자격 순위가 무의미해졌다”며 “청약저축도 소득별로 혜택이나 제한을 두거나 싱가포르처럼 무주택자가 아파트에 당첨되면 10년간 아파트를 팔지 못하게 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hu@fnnews.com 김재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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