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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정책 새판 이렇게 짜라(중)]종부세 대상 넓혀 강남 잠재워야

이지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6.20 13:10

수정 2014.11.07 17:35



내년부터 1가구 2주택자가 거주하지 않은 집을 팔 때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로 부과하는 ‘5·4대책’이 나왔다. 하지만 서울 강남권과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용인시를 비롯한 인기지역에선 여전히 매물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 등 인기 주거지역의 1가구 2주택자들이 ‘세금을 더 내더라도 계속 두채를 보유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큰 요인이라고 말한다. 즉 보유세에 대한 부담보다는 집을 보유하게 되면 더많은 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팽배할 뿐만 아니라 최근 부쩍 늘어난 양도소득세 인상으로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모든 부동산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하면서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에 칼을 꺼내 든 것 역시 이같은 배경에서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현재의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서투른 응급처방보다는 치밀히 계획된 대수술을 하는 것만이 주택을 재테크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투기심리를 원천 차단하고 위축된 거래를 활성화하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종합진단 통한 대수술 바람직’=시장 전문가들이 새로 나올 정부의 정책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지난번 5·4 대책 때와 마찬가지로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 수준의 부분적인 처방에 그칠 경우, 오히려 시장에 가져올 역효과다.

이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정책의 부분적인 보완보다는 지금까지의 정책을 백지화하고 완전 새판에서 다시 세제를 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대수술을 위해선 정책발표를 통한 당장의 응급처방보다는 신중한 진찰을 통한 종합처방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손재형 교수는 “지금의 부동산 정책은 첫단추를 잘못끼우면서 시작된 것이라며 첫단추를 잘못끼웠는데 아랫단추를 잘 맞춰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해 보유세, 거래세 등 전반에 걸쳐 공급확대를 유도하고 매물이 늘 수 있는 정책방향 설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갑작스런 조세 제도 변경은 그 취지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더라도 극심한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정부당국의 신뢰성에 적지않은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세제 개편에 앞서 공청회 등을 통해 민의를 충분히 수렴하고 시행시기도 내년 등 제도 적응시기를 갖고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종부세 대대적 손질 불가피’=건국대 손재형 교수는 “올들어 대형평형 집값 상승을 자극시키고 시장을 왜곡시키는 직접적인 요인도 알고 보면 종합부동산세”라며 “종합부동산세야 말로 전면 개편되거나 아예 폐지되어야 마땅할 제도”라고 지적했다.

강남, 분당, 과천, 용인지역 중대형 아파트는 7억∼10억원 정도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올들어서만 대략 1억∼2억원씩 올랐다.

그러나 이지역에서도 15억원을 넘는 초고가 주택의 경우 매매는 물론 호가 상승도 별로 없다. 종부세 대상이 되는 9억원 이상 아파트의 경우 1차로 시·군·구에 0.15∼0.5%의 저율로 재산세를 낸 뒤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다시 1∼3%의 고율로 종부세를 내도록 해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 났기 때문이다.

반면 이지역 대다수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실제 매매가가 대략 10억∼11억원 수준이라 하더라도 과세기준인 기준시가가 9억원 미만이기만 하면 올들어 약 2억∼3억원씩 올랐다 하더라도 종부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때문에 매물을 내놓는 사람들이 부담없이 가격을 올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규창 세무사는 “결국 종부세 과세 대상을 9억원(국세청 기준시가)으로 너무 높게 잡는 바람에 고가 아파트에 대한 소유욕구를 잠재우는데 별 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며 “부동산 안정 대책이 강남지역을 타깃으로 삼는 만큼 보다 현실화된 과세기준 설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세무사는 이어 “종부세 기준은 양도소득세의 고가주택기준인 6억원 이상의 주택과도 기준이 달라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양도세, 취·등록세 과감히 낮춰라’=전문가들은 서울 강남과 분당, 용인 등의 집값 급등에는 최근 강화한 양도소득세도 한 몫 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10·29 대책 등 양도세 강화조치를 발표할 때마다 은마 아파트 등 인기지역 재건축아파트 가격은 더 올랐다.

부동산중개업협회 장시걸 회장은 “매도자 우위 시장에서 결국 세부담이 매수자들에게 전가돼 호가만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분당 등 인기지역에서는 입주 후 1년 이내에 아파트를 팔게 되면 양도차익의 50%가 양도세로 부과돼 매도자가 최고 수억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이런 부담 분이 고스란히 호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양도세 등 거래세까지 중과하면 양도세 강화 여파로 역전세난이 생기는 등 서민들의 일상 생활에 막대한 피해가 돌아오는 만큼 보유세 강화 조치에 앞서 양도세를 인하하는 등의 직접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취·등록세 등 거래세제에 대한 개편 필요성도 지적되고 있다. 건국대 손재형 교수도 “지금까지 정부 정책은 보유세를 100원 인상할 경우, 거래세는 10원 인하해주는 명목상의 인센티브 뿐이었다”며 “보유세를 강화했다면 취·등록세는 낮춰 저가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세제 지원책도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 안명숙 프라잇뱅크센터(PB) 팀장은 “주택을 장기보유하는 사람들에 대해 장기보유특별보유 공제한도를 지금의 5년 15%, 10년 30% 수준에서 대폭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은 매각차익이 크더라도 매각을 쉽도록하는 정책을 할 경우 기존주택의 수급난 해소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newsleader@fnnews.com 이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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