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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창간 5주년-성장이 필요하다]부동산·내수경기 ‘부진’…수출증가 ‘선전’

이영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6.22 13:10

수정 2014.11.07 17:34



지난 2월24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 대강당.전국 37개 경제관련학회 관계자 500여명이 지난 2년간의 참여정부 경제정책을 평가하기 위해 모였다.

이 자리에서 많은 경제학자들은 참여정부 경제정책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나성린 한양대 교수는 참여정부 2년을 ‘잃어버린 2년’으로 규정해 주목을 끌었다.반면 청와대 보좌관을 지낸 조윤제 주영국대사는 ‘현재의 한국경제 불안을 순환론적인 현상’으로 진단해 엇갈린 주장을 폈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2년3개월이 지났다.참여정부 경제정책을 놓고 ‘공(功)-과(過)’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설전의 중심에는 부동산정책이 자리잡고 있다.한달새 1억원씩 치솟고 있는 강남 등 일부 투기지역의 집값 폭등에 대한 불만이 ‘폭발 직전’까지 치닫고 있어 국민들의 평가는 ‘과’쪽으로 기울고 있다.올초 반짝 조짐을 보이던 내수 성장률도 예상밖으로 더딘 상황이다.다만 수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자릿 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대표적 실정은 ‘부동산 정책’

“국민은 더 이상 안속는다.다음번 투기조사 땐 1백만명이 투기꾼일걸”(네이버 아이디 qlaksgoth)

“아마추어 정부라는게 하나도 틀린 말 없다.차라리 공인중개사를 앉히는 게 낫겠다.”(네이버 아이디 RIN0011)

최근 부동산가격이 폭등하면서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비판하는 네티즌들이 늘고 있다.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오히려 가격이 폭등하는 ‘기현상’까지 속출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출범초 국세청 직원 3000여명을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격 투입하며 부동산 투기 근절 의지를 천명했다.이후 거래가 끊기고 부동산시장도 안정을 찾으며 정부의 ‘판정승’으로 끝나는 듯 했다.하지만 여름 휴가철이 지나면서 부동산시장이 서서히 꿈틀대기 시작했다.결국 치솟는 주택가격에 불안을 느낀 정부는 그해 10월29일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놨다.

그리고 1년8개월이 흐른 2005년 6월.안정세를 찾는 듯하던 부동산시장에 이상기류가 감지됐다.정부는 다시 6월4일과 6일 잇따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부동산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과세하고, 보유세를 강화한다는 게 골자다.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정부의 서슬퍼런 부동산 대책에도 부동산시장은 꿈쩍하지 않았다.오히려 대책발표후 1주일만에 호가만 1억원 이상 오르는 이상현상이 빚어졌다.

정부는 지난 17일 노무현대통령 주재로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8월말까지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했다.그러나 이번 발표에 ‘기대’를 거는 사람은 많지 않다.주택공급 확대나 세정 및 세제정책이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를 손질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금리를 올리면 부동산시장은 다소 진정되겠지만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기업설비투자 감소, 내수침체 등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다만 정부가 이번 만큼은 국민적 동의를 얻어 부동산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주목된다.

■수출은 ‘양호’, 내수 및 성장률은 ‘낙제’

참여정부의 최대 치적은 역시 수출.정보통신(IT)분야의 활황으로 수출증가율은 2002년 8%에서 2003년에는 19.3%, 2004년에는 31.2%의 신장세를 보였다.올들어서도 5월 현재 11.8%의 수출증가율을 기록중이다. 경상수지 흑자폭도 53억9000만달러에서 119억5000만달러, 276억1000만달러로 해마다 늘었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과거와 달리 수출부문의 활기가 내수로 이어지지 못해 성장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저성장 추세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제성장률은 2002년 7.0%까지 올랐다가 2003년 3.1%로 떨어졌고 지난해는 4.6%를 기록했다.더욱이 올 1·4분기에는 2.7%까지 급락했다.재경부는 이에 따라 올해 목표치였던 5%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성장률만 따진다면 지난 2년간 경제성적표는 ‘낙제점’을 받았다는게 중론이다.

실업률도 2002년 3.1%에서 2003년 3.4%, 2004년 3.5%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실업자수도 70만8000명에서 2003년 77만7000명, 2004년에는 81만3000명으로 늘었다.올들어서도 실업률과 실업자수는 각각 3.4%, 81만1000명으로 개선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물가나 어음부도율 등은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말 3.6%에서 올해 5월에는 3.1%로 0.5%포인트 낮아졌다.하지만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는 5%대에 근접하고 있다.


어음부도율도 지난해 말 0.06%에서 올해 5월에는 0.05%로 소폭 감소했다.외환보유고는 참여정부 출범당시 1553억달러에 그쳤으나 지난 6월15일 현재는 2047억달러로 중국 일본 등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중이다.


이밖에 원·달러 환율은 2002년말 달러당 1186원대에서 현재는 1004원대까지 떨어져 수출증가율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국제유가는 당초 목표치인 배럴당 35달러를 넘어 50달러선에 육박하고 있다.

/ ykyi@fnnews.com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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