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삼성,미래산업 ‘집안 경쟁’-최고 품질·원가절감 위해서라면…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6.24 13:11

수정 2014.11.07 17:32



“삼성(SAMSUNG)이라는 회사명 앞머리만 같을 뿐이지 경쟁관계입니다.”

삼성그룹 계열 모 기업 임원이 삼성전자와의 관계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특히 차세대 성장부문과 캐시카우(현금 창출력능력) 사업을 놓고 ‘집안경쟁’이 치열하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개발·양산을 놓고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대립하고 있고 삼성전기와 삼성테크윈은 카메라폰에 사용되는 모듈 부문에서 내부경쟁 중이다.

◇삼성전자가 정점…계열사 경쟁구도=삼성그룹 계열사간 중심에는 삼성전자가 있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에 부품 등을 공급하면서 경쟁구도가 형성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카메라 폰의 핵심 부품인 카메라 모듈. 삼성전기와 삼성테크윈은 삼성전자 카메라 모듈 수요량의 40%씩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경쟁도 치열하다. 삼성테크윈 관계자는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700만화소 광학 3배줌 카메라 모듈을 개발, 삼성전자에 공급했다”며 “디지털카메라 제조기업이어서 기술력은 탁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삼성전기는 지난 22일 새끼손톱보다 작은 카메라 모듈을 개발하는 등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9.9%였던 세계 시장 점유율을 올해 말까지 12.1%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OLED를 놓고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삼성SDI의 경쟁도 관심거리다. 수동형 OLED의 세계 최대 생산업체인 삼성SDI는 삼성OLED를 흡수합병하면서 ‘수동형에서 능동형’으로, ‘소형에서 중형·대형’으로 사업확대를 모색중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최근 세계 최대 크기인 40인치 OLED 개발에 성공, 대형 부문에서 삼성전자와 삼성SDI간 ‘집안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정밀화학도 전자소재 사업에서 대립 가능성이 높다. 제일모직은 전자파 차폐재·2차전지용 전해액 등을, 삼성정밀화학은 반도체 현상액 등을 삼성전자에 공급하고 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제일모직과 삼성정밀화학은 아직 경쟁구도가 아니지만 삼성정밀화학이 전자소재 부문을 강화하면서 디스플레이용 소재분야에 신규진출하면 대립각이 형성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부품 공급 다원화로 품질 향상=삼성 계열간 내부 경쟁의 주된 이유는 삼성의 ‘일등주의’와 삼성전자의 부품구매 다원화 정책, 삼성전자 사업부서간 경쟁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계열기업이 부품을 전량 공급할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한곳에서 받지 않는다. 공급선을 일원화하면 해당기업에 휘둘릴 수 있고 품질개선·원가절감 등이 어려워 ‘경쟁’을 통하겠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의 액정표시화면(LCD) 유리기판 기업인 삼성코닝정밀유리를 계열사로 두고 수요량의 70%가량을 공급받고 있지만 독일계 쇼트디스플레이글라스 등으로 구매선 확대를 검토중인 것이 단적인 예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LCD, 디지털미디어, 정보통신, 생활가전 총괄 등 5개 사업부서가 독립적인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삼성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5개 총괄은 치열하게 실적 경쟁을 하면서 부품의 품질개선·원가절감 등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목적으로 다원화 정책을 펴고 다”고 말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중심에 둔 내부경쟁은 품질개선·원가절감 효과가 높다”며 “다만 자금력과 마케팅력에 앞선 삼성 계열사들끼리 과당경쟁으로 관련 중소·전문업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 mirror@fnnews.com 김규성·김기석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