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대기업CEO “생산현장이 집무실”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6.26 13:27

수정 2014.11.07 17:31



“수요일 아니면 얼굴 뵙기 힘들어요.”

서울 태평로 삼성코닝정밀유리 직원들이 이석재 사장을 볼 수 있는 날은 수요일로 한정된다. 매주 수요일 오전 삼성 본관에서 열리는 계열 사장단 회의 후 잠깐 들러 결재를 하거나 보고를 받을 때다. 바쁠 때는 생략하기도 한다.

수요일 오전을 제외하고 이사장이 상주하는 곳은 충남 아산 탕정 삼성코닝정밀유리 공장. 삼성코닝정밀유리는 삼성전자와 일본 소니가 합작한 세계 최초 7세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제조기업인 S-LCD에 유리기판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이사장은 S-LCD에 인접한 유리기판 공장이 지은지 얼마 안된 초기단계여서 현장 생산라인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현장 경영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CEO가 본사에 1주일 동안 한 번도 들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 CEO 근무지가 본사가 아니라 생산현장인 셈이다.

삼성코닝정밀유리의 법인등록 기준 본사는 경북 구미. 탕정사업을 강화하면서 본사는 구미가 아닌 사장이 상주하는 탕정이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 LCD 총괄도 마찬가지다. 이상완 삼성전자 LCD총괄사장도 매주 수요일 삼성 본관에 얼굴을 잠시 비추는 것이 서울 본사 나들이의 전부다.

삼성전자 LCD총괄의 경우, 이사장이 지난해부터 7세대 라인 건설·가동을 진두 지휘하면서 기획·지원·관리·혁신팀 등 경영지원 관련 부서도 모두 탕정으로 이동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사장은 1주일에 한번 기흥의 LCD연구소에 잠깐 들를 뿐 탕정에서 현장경영에 몰두한다”며 “LCD총괄의 본사는 ‘탕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CEO들의 이같은 현장경영 강화는 신규 생산라인 건설 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원가절감·품질혁신을 본사가 아닌 공장에서 CEO가 주도한다.

카메라모듈 등 전기·전자부품이 주력인 LG그룹 계열 LG이노텍 허영호 사장은 품질극대화?생산관리 등을 위해 1주일에 3일 정도를 광주광역시 공장에 머문다.

나머지 3일은 서울 본사, 경북 구미 공장, 경기도 평촌의 연구소 등을 순회한다.


허사장은 현장에서 원화절상, 유가상승, 정보기술(IT) 경기 불황 등 각종 악재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임직원들의 강한 ‘승부근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수율 98% 도전’ 등의 프로젝트도 현장에서 주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IT기업·부품기업들의 올 2·4분기 실적은 1·4분기 대비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고유가·환율하락 등 대외적인 경영 악재가 계속되는 한 이를 돌파하기 위한 CEO들의 생산현장 기반의 혁신활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mirror@fnnews.com 김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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