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fn기고]젊은이들 ‘마음의 병’/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6.29 13:28

수정 2014.11.07 17:15



경기 연천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나라 안이 온통 떠들썩했다.고참의 언어폭력을 못 이겨 동고동락하던 부대원들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자동화기를 난사했다는 국방부의 발표는 실로 듣는 이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언론의 집요함으로 온갖 정보들이 앞 다퉈 언론지상에 소개돼 왔다.범죄 동기에 대한 의문점이나 생존자의 증언도 눈에 띄지만, 대부분 김일병의 돌출적인 신세대적 행동 양식에 초점을 맞추는 듯했다.

한 인터넷 서비스 회사에 개설된 개인 홈페이지 내용들이 앞다퉈 기사화됐고,요즘 젊은이들의 ‘외골수’ 문화에 대한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몇 달 전, 신생아 사진을 둘러싸고 사회 쟁점이 됐던 ‘이해할 수 없는’ 신세대의 사고방식이 다시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는 셈이다.


신세대들의 특이한 문화나 사고의 이질성이 엽기적인 사건으로 연결되거나 사회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최근 일본에서 사회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신세대들의 ‘외톨이’ 경향이다. 이른바 ‘히키코모리’라는 사회나 조직 부적응자들에 대한 근심이 그것이다. ‘히키코모리’란 ‘틀어박히다’는 뜻의 일본어 단어인 ‘히키코모루’를 명사로 만들어낸 신조어다. 말 그대로 방안에만 틀어박혀 외부 세계와 교류하지 않은 채 은둔하는 부류를 가리키는 용어로 우리말로는 ‘은둔형 외톨이’라 번역되기도 한다.

6개월 이상 외부와 단절한 채 자신만의 세계에 틀어박혀 살고 있는 ‘히키코모리’의 수는 일본 내에만 수십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처음에는 10대가 주축이었던 연령층도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30대로까지 크게 늘어나 자칫 이들의 사회부적응이 사회 범죄와 연루될 가능성도 높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에게는 ‘마니아’로 널리 알려진 ‘오타쿠’ 문화도 경우에 따라서는 우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긍정적 의미에서 마니아 문화는 개인 관심 영역과 흥미를 깊이 있게 추구하는 하나의 ‘전문가 되기’ 현상쯤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게임이나 오락 혹은 특정한 대상에 대한 지나친 편중과 집착은 자칫 외부세계와의 단절을 불러와 편향적인 판단과 행위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특정 연예인이나 이성을 대상으로 한 ‘스토킹’, 이메일이나 사이버 공간을 대하지 못하면 곧 우울증이나 무기력증에 빠져버리는 ‘인터넷 중독’, 몇날 며칠을 인터넷 게임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인터넷 게임 중독’ 등은 현대 사회의 젊은이들이 빠지기 쉬운 대표적인 ‘신세대 증후군’ 들이다.

정보기술(IT)과 사이버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이 이런 ‘신세대 증후군’ 확산에 가속을 더하는 반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일본이나 우리나라가 더욱 ‘신세대 증후군’을 심하게 겪고 있다는 분석도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인터넷 접속 빈도가 높고 사이버 커뮤니케이션의 활용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두 나라에서 심각한 미래 사회적 증후군이 더 빨리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www(World Wide Web)으로 시작되는 인터넷 어드레스를 풍자해 한국의 사이버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Wired Weird World’(인터넷으로 연결된 이상한 세상)라고 비꼰 외국 신문의 기사는 그런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그러나 조금만 면밀히 들여다보면 문제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진보 그 자체보다 그가 속한 사회가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는 데 성숙돼 있는가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세대라는 말에 염증을 먼저 일으킬 필요도 없다.

기원전에 작성된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는 세대간의 이념차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수천년전 인류가 남긴 메시지는 ‘도무지 요즘 젊은이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은 늘 기존의 것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불편하고 이상한 존재일 뿐이다.

사태의 본질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사이버 공간도 현실세계의 반영에 불과한 것이며, 결국 요즘 젊은이들이 겪는 ‘마음의 병’은 개발경제의 기치 아래 도덕관과 가치관은 실종된 채 무조건, 맹목적으로 외형적인 성장에만 치중해오던 우리 근대사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원숙하게 쓰다듬고 포용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의 미숙, 그 가치의 부재가 결국 새로운 세대의 이념적 방황을 가져온 셈이다.
앞만 보고 서두르기보다 뒤로 돌아서서, 뒷걸음질로 진보할 줄 아는 한 치의 여유가 절실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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