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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좇아 날뛰는 우리는 하류인생”라대곤씨 다섯번째 소설 망둥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1.15 13:53

수정 2014.11.07 12:14



지방에서 중견 건설업체를 운영했던 소설가 라대곤씨(66)가 다섯번째 장편소설 ‘망둥어(도서출판 계간문예)를 출간했다. 전북문학상, 문예사조문학상 등을 수상한 그는 ‘악연의 세월’, ‘굴레’, ‘선물’, ‘아름다운 이별’ 등 소설과 함께 ‘물 안개 속으로’, ‘취해서 50년’ 등 에세이를 출간한 바 있는 중견 작가다.

이번 소설은 IMF직후 실직과 부도로 갑자기 늘어난 노숙자와 세상을 화들짝 놀라게 했던 군산 성매매업소 화재 사건을 소재로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모습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는 세태 풍자소설이다. 인간미 넘치는 정(情)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이 남을 속이며 혼자서만 잘살겠다는 사기협작꾼과 집은 있으나 도저히 집에 들어갈 수 없는 사연많은 노숙자, 성매매자, 청와대 직원 사칭자 등 우리 사회의 비열한 인간군상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소설은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모순을 선 굵은 문체로 담담하게 그려놓고 있다.

쉽게 뛰어오르다 그만 죽고 마는 물고기인 망둥어를 통해 세상의 끝없는 탐욕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풍자하고 있는 게 이 소설의 커다란 매력이다. 관념적이지 않고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공감대 때문에 이 소설은 한번 손에 잡으면 순식간에 읽힌다.

작가는 “고향인 군산과 제가 자라난 김제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상살이를 소설로 옮기려고 했습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성매매 사건이나 노숙자 문제는 비단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참으로 감추고 싶어하는 어두운 그림자입니다. 이러한 문제제기가 우리 이웃간의 정(情)을 회복하는 계기가 된다면 소설가로서 더이상의 바람은 없겠지요”라고 말한다.

실제 작가는 노숙자의 삶을 체험하기 위해 서울역에서 노숙자들과 소주잔을 나누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심지어는 그들 곁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이런 생생한 체험은 희망을 포기한 채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노숙자들의 심리까지 섬세하게 묘사하는 배경이 됐다.

작품 속의 주인공 하봉기는 욕망을 향해 ‘망둥어’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아버지의 소원을 풀어주기 위해 고등학교 학생회장 선거에서 부정선거로 당선되고, 군대 친구인 최인구의 사주로 신문지국장 자리를 돈으로 사며, 자신이 진짜 사랑하는 여인인 혜련을 떠나보낸 후 우발적으로 겁탈한 돈 많은 여인과 살아가면서 결코 채워지지 않는 사랑의 욕망을 향해 치닫는다.

하봉기의 일생은 소설 제목 ‘망둥어’와 흡사 닮아 있다. “망둥어는 맛은커녕 지지리도 못생긴 폼에 특색마저도 없어서 시장의 좌판에도 올라오지 못하고 식당의 허드렛상에서조차 괄시를 받는 생선입니다. 정말 별 볼일 없는 놈이지요. 그런데 욕심은 많아서 제 살 찢어 미끼로 끼워도 사정없이 물고늘어져 자살하듯 버둥거립니다.


마누라가 운영하는 여인숙에서 삥땅을 뜯거나 포주 노릇을 하며 세상의 온갖 부정한 일을 자행하는 하봉기. 그는 최인구의 사악한 덫에 걸려 자신도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다. 결국 그는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계속 인생의 밑바닥으로 내려앉다가 최인구와 자기 아내가 저지르는 불륜현장을 목격하고 자기 집이기도 한 여인숙에 불을 지르고 자살을 기도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도대체 진실된 삶이란 어떤 삶일까’라는 커다란 물음표를 남긴 채.

/ hoja@fnnews.com 노정용기자

■사진설명=선굵은 문체로 우리 사회의 노숙자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소설 ‘망둥어’의 저자 라대곤씨. 그는 “노숙자의 가장 큰 문제는 삶에 대한 의욕 없이 거저 포기하고 사는 삶의 태도”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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