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반투자자 A씨는 3·4분기 실적이 악화된 상장사 주식을 들고 있다 크게 손해를 봤다.
A씨는 S사의 3·4분기 실적 호전을 예상하고 주식을 샀다. 하지만 그 회사는 전 분기에 이어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적자 지속이란 성적표를 내놨고 이 소식으로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당 기업이 공시를 낸 시점이었다.
S사는 평일이 아닌 주식시장이 서지 않는 토요일에 슬그머니 영업이익·순이익의 적자 지속을 알리는 분기 보고서를 공시했다. 실적 악화의 지속 소식이 알려진 S사 주식은 거래가 개시된 월요일 하한가에 가까운 14% 이상 급락, 그는 손해를 감수하고 주식을 던져야 했다.
그는 “공정 공시 사항이라 기업 실적을 미리 말할 수 없다더니 평일도 아닌 주말을 이용한 올빼미 공시를 해서 피해를 봤다”며 “실적이 좋건 나쁘건 평일 장중에 실적을 공시했으면 손해를 덜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S사 뿐만이 아니다. 지난 15일 분기 보고서 마감을 앞두고 지난주 말에 공시한 기업은 코스피시장 상장사 9곳을 비롯, 코스닥기업이 34곳에 달했다. 이는 통상 토요일 공시 건수인 5건 안팎을 훌쩍 뛰어 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전년 동기나 전 분기 대비 실적 성적표가 부진했던 기업들이었다. 적자로 전환됐거나 적자 규모가 확대된 업체들도 상당수였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평일 야간이나 주말에 공시하는 ‘올빼미 공시’ 가운데 악재성 정보가 전체의 23.9%를 차지했다. 이는 호재성 정보(4.8%)보다 4배 이상 많은 것이다.
일반투자자들은 그 기업의 실적과 비전을 보고 주식을 산다. 각 기업은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하면 투자자들의 눈을 피하고 보자는 게 인지상정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은 철저히 실적으로 평가 받아야 한다. 올빼미 공시로 잠시 소나기를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다행히 올빼미 공시가 오는 2006년 1월부터 사라진다. 상장사들도 실적의 좋고 나쁨을 떠나 일반투자자들을 위해 ‘얌체 공시’를 접을 때가 왔다는 것을 인식할 시점이다.
/ sdpark@fnnews.com 박승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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