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유통,이젠 글로벌화-미국]뉴욕 럭셔리백화점,이름 자체가 명품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1.01 14:03

수정 2014.11.07 00:54



【뉴욕=최진숙기자】새해는 유통시장 개방 10년째 되는 해다. 21세기 들어 세계 유통업계는 고급화 전문화 복합화에 초점을 맞추고 변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유통시장도 소비 양극화 속에 고급화 바람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업태는 동서양의 것들이 섞여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고 새로운 유통업태가 속속 도입되면서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가 피할수 없는 '운명'처럼 느끼기 시작한 것은 '글로벌화'다. 정체상태에 들어선 내수시장의 한계를 넘어서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기도 하다.


유통업계도 이를 감안, 최근 해외진출을 활발하게 시도하고 있다. 중국에 할인점을 여는가 하면 러시아에 백화점 진출을 추진중이다. 화장품·식품업계는 전세계에 대리점을 속속 오픈하는 등 글로벌화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과연 선진 유통업체들은 어떻게 글로벌화하고 있으며 국내 유통업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유통 글로벌화 현장을 찾아 그 시사점을 찾는다.

뉴욕 맨하튼의 심장부 센트럴파크 밑 5번가. 미국 럭셔리 백화점들과 명품숍이 즐비한 곳이다.

지난달 21일,25년만의 뉴욕 운송노조 파업으로 버스와 지하철이 일제히 끊겨 맨하탄 시내는 교통이 마비된 상태였지만 뉴욕 최고급 백화점 버그도프굿맨의 매장은 크리스마스 세일고객들로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고객 65%이상이 전화로 물품을 구입하기 때문에 평소 고객들의 직접방문이 흔치 않은 백화점이지만,이날은 세일을 놓치지 않으려는 일반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평소와는 180도 다른 진풍경을 연출했다.

버그도프굿맨과 쌍벽을 이루는 뉴욕의 최고급백화점 삭스피프애비뉴도 마찬가지. 5번가 록펠러센터 맞은편,화려한 은빛 별모양 악세사리로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삭스피프애비뉴는 ‘명품 최대 70%세일’ 소식에 인파가 몰리면서 대혼잡을 빚었다.

■불황 모르는 미국 럭셔리백화점

미국 럭셔리백화점은 최근 수년간 정체상태인 일반 백화점업계와는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 미국 전국소매점협회에 따르면 전체 백화점업계는 할인점,전문점,카티고리킬러,체인점 등의 신업태가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90년대 후반이후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하지만 버그도프굿맨,니만마커스,노드스트롬,삭스피프애비뉴 등 미국 대표 럭셔리 백화점은 최근까지 가파른 성장세로 일반 백화점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럭셔리백화점의 성공비결을 두고 미국 유통전문가들은 미국 백만장자가 해마다 30%씩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미국 백화점들은 할인점,전문점 등 신업태와 차별화할 수 있는 콘텐츠는 ‘럭셔리’가 가장 현실적이라는 판단에 갈수록 럭셔리 전쟁이다. 그러나 럭셔리 경쟁은 단순히 명품브랜드를 더많이 유치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가장 독창적이면서 고급스런 정체성 찾기기 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버그도프굿맨, 그자체가 ‘명품’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의 벤치마킹 모델로 알려지면서 국내서도 유명세를 치른 버그도프굿맨. 먼저 전층이 화려한 보석매장으로 둘러싸여있는 1층이 눈에 확 들어온다. 특히 샤넬,베르사체,구찌,프라다 등 명품브랜드 로고가 한결같이 똑같은 사이즈에 같은 글씨체다. 버그도프굿맨의 독특한 인테리어 가이드라인 때문. 이 회사는 이들 명품브랜드의 세부 매장인테리어까지 철저히 자체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 고객에게 사은품이나 메일을 보낼때도 발신자는 버그도프굿맨으로 표기해야하고 내용물에 겨우 자사 브랜드명을 쓸 수 있다. 이같은 깐깐한 명품관리는 버그도프굿맨 자체가 ‘명품’이라는 자부심이 확고하기 때문. 삭스피퓨애비뉴나 블루밍데일도 비슷하다. 명품브랜드라면 제멋대로 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자기들 기준에 맞추라고 백화점에 요구하는 한국 상황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블루밍데일,‘Only at Bloomingdayles’마케팅

럭셔리백화점의 이같은 자부심은 고급상품에 대한 안목과 고급 브랜드개발 능력에 대한 자신감에서 출발한다.

이들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상품을 독자적으로 선택하거나 아예 무명의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면서 독창적인 상품을 고객들에게 제공한다. 여기서 핵심은 결국 바이어의 능력이다.

블루밍데일은 지난 93년부터 ‘오직 블루밍데일에서만’(Only at Bloomingdayles)라는 슬로건으로 블루밍데일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상품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회사 바이어들은 국내외 톱 디자이너는 물론, 최상급 의류업체들을 수시로 들락거리며 정보를 수집한다. 뉴욕 신진 디자이너 3인방 랄프로렌,도나카란,캘빈클라인은 무명시절 블루밍데일을 통해 데뷔,스타로 성장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블루밍데일 관계자는 “바이어들이 발로 뛰어다니며 어떤 점포도 취급하지 않고 있는 새로운 상품을 발굴,직접 매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버그도프굿맨의 모회사인 니만마커스도 “상품력의 원천은 바이어 양성에 있다”며 “우수바이어 양성이 초일류 백화점의 지름길”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있다.

■럭셔리의 핵심은 ‘바이어 독창적 안목’

미국 력셔리백화점의 매장운영이 대부분 직영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도 바이어의 독자적인 능력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미국백화점은 현재 매장의 80%이상이 직매입방식이다. 임대매장이 압도적으로 많은 국내 백화점과는 대조적이다. 버그돌프굿맨,삭스피프애비뉴 등의 경우 명품브랜드 상품도 바이어들이 직접 현지에서 제품을 골라 재고부담을 감수하며 매입,판매한다. 수익은 수수료가 전부인 임대매장보다 월등하다.

고객관리도 럭셔리 경쟁이 치열하다.

버그도프굿맨은 세일즈 큐레이터를 통해 고객의 취향,스타일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버그도프굿맨 고객들은 대부분 전화를 걸어 “리스트를 보낼테니 포장해 보내달라”는 주문을 한다. 상품선택과 배송 일체는 세일즈 큐레이터가 맡는다.
세일즈 큐레이터는 의뢰한 고객취향은 물론,고객의 사회적 지위,행사성격,참석자들의 면면까지 고려해 상품을 선택한다. 과거 영화배우,연예인,초상류층에게 한정됐던 세일즈 큐레이터 서비스는 이제 시간이 촉박한 캐리어 우먼 전층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세일즈 큐레이트의 1인당 연간 200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버그도프굿맨측은 소개했다.

/ jin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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