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2006 격랑의 금융권]“증시상장 17년 숙원 푼다”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1.02 14:05

수정 2014.11.07 00:51



2006년은 생명보험사들의 기업공개(상장)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생보사 상장은 지난 89년 처음 추진됐지만 계속 무산됐으나 17년 만에 상장의 문이 열릴 전망이다.

특히 지난 2000년 삼성차 채권 처리문제로 본격 공론화된 생보사 상장과 지난해부터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생보사 상장 여건은 확연히 다르다.

지난 2000년에 생보사 상장이 거론된 것은 경제여건이 성숙됐다기보다 삼성차 채권 처리를 위한 성격이 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상장 차익문제(내부 유보금에 대한 배분방식)라는 덫에 걸려 쉽게 무산됐다.

■정부, 자본시장 육성 차원에서 적극 행보

그러나 최근 거론되고 있는 상장 문제는 자본확충이 절실한 생보사들의 입장뿐 아니라 정부의 보험산업 육성, 증시 수요기반 확충 등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그랜드 디자인’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증시가 활황세를 지속하면서 우량주식을 상장해 증시 수요기반을 대폭 확충하는 등 새로운 모멤텀이 필요하다. 또 은행, 증권 등 타 금융권에 비해 규제가 엄격한 보험산업의 규제를 완화, 금융권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생보사 상장은 하나의 해법임에 분명하다.

이같은 인식에 따라 정부도 생보사 상장에 적극적이다. 올 상반기까지 정부는 상장기준을 마련해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천명했다. 그동안 쟁점이 됐던 ‘상장 차익’에 대한 주주와 보험계약자간 배분문제도 정리될 것으로 보여 이르면 올 하반기에 생보사 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상장의 ‘첫 단추’는 교보생명이 될 듯

그 첫 단추는 교보생명이 꾈 가능성이 높다. 지급여력 비율과 영업 확장을 위해 자본확충이 절실한 교보생명의 발걸음이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 2000년 초에는 삼성생명의 상장문제가 주요 관심사였다.

교보생명은 재무건전성과 자본확충을 위해 증자와 상장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증자 후 상장 여건을 ‘정비’한 뒤 상장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내부 유보분에 대한 처리방식에도 가장 적극적이다. 사주의 사재를 공익재단에 출연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의 지분 41.6%를 보유하고 있는 캠코(자산관리공사)가 과거에는 보유지분율 하락을 걱정해 증자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증자에 좀더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걸림돌이 적어지기도 했다.

교보생명이 상장의 물꼬를 튼다면 그 다음은 미래에셋생명, 금호생명 등 중소형 생보사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지난해 상장을 위한 증자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신한생명은 신한지주회사에 편입되면서 신한금융지주와 주식교환을 했다. 이에 따라 비상장사인 신한생명은 상장사인 신한지주의 주가에 따라 기업가치를 평가받게 되므로 사실상 상장 효과를 보게 됐다.

특히 중소형사들은 삼성·대한·교보생명 등 ‘빅3’보다 상장 차익에 대한 계약자 몫도 미미해 상대적으로 상장이 수월하다. 이들은 상장여건을 정비한 뒤 1∼2년 후 상장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삼성·대한생명 시간 걸릴 듯

그러나 삼성생명과 대한생명의 경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자동차 채권 처리와 그룹 지배구조가 얽혀 있어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고 있지 않다. 정부의 상장기준이 마련된다고 해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교보생명과 중소형 생보사들의 상장이 이뤄진다면 삼성생명도 결국 상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대한생명의 경우 49%의 지분을 보유한 예금보험공사가 ‘대한생명의 기업공개 후 지분 매각’ 계획을 발표, 상장이 기본적인 원칙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한생명은 아직 느긋한 입장이다. 상장을 위한 누적결손금 해소와 한화컨소시엄의 지분 16% 추가매입 등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삼성차 채권회수, 대한·교보생명의 지분 매각 처리의 근본문제는 생보사 상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가이드라인’이 분수령 될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보사 상장은 여전히 난제임에 틀림없다. 생보사 상장의 최대 걸림돌은 상장 차익에 대한 논란이다. 생보사가 상장하면서 얻게 될 이익을 주주 몫으로 할 것인지, 이중 일부를 계약자에게도 나눠줄 것인지를 놓고 보험사와 시민단체간 의견충돌이 치열하게 계속되고 있다.

시만단체들은 지난 90년대 초부터 상장 차익을 계약자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보사의 성장에 한 몫을 담당한 계약자의 기여도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보업계는 주식회사인 생보사의 상장 차익을 계약자에게 배분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맞섰다.

정부는 대주주가 아닌 보험회사가 상장 차익의 일부를 공익재단에 출연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올 상반기에 내놓을 상장기준이 어떤 방식이 될지가 생보사 상장의 최대 관건이다. 여전히 생보사 상장안을 마련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애기다.


그러나 생보사 상장은 이제 때가 됐다. 생보사들의 이해관계가 그렇고 자본시장을 육성해야 할 정부의 이해관계가 그렇다.
이런 점에서 2006년은 생보사 상장의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 seokjang@fnnews.com 조석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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