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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의 기업문화 만든다]‘대기업 제조+中企 부품’해외서 ‘윈윈’



“대·중소기업 상생 모델은 일본에 많다. 중소기업의 자생력이 없이는 상생은 어렵다. 전자, 자동차는 국내에 계열화가 잘 돼 있어 세계 일류 상품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삼성 이건희 회장)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윈윈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현대차 정몽구 회장)

“중소기업을 육성해 2006년에는 해외에 공동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LG 구본무 회장)

지난해 5월16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토론회에서 그룹 총수들이 남긴 말들이다.

그룹 총수들은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직접적으로 표현,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해외투자의 깃발을 들고 세계 곳곳에 진출하고 있다.

광활한 시장과 값싼 임금을 찾아 중소기업들이 5대양 6대주를 누비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글로벌 경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90년대 중소기업의 해외진출과 최근의 해외진출은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채산성을 높여 회사의 수익을 더욱 늘린다는 점과 새로운 시장을 찾는다는 점은 과거와 동일하지만 진출방법은 큰 차이가 있다.

중소기업의 초기 해외진출은 ‘혈혈단신’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단독 진출이 주류를 이뤘다면 요즘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은 대기업과 동반진출이 대세다.

상생의 기업문화가 확산되면서 대기업과 ‘짝꿍’이 돼 함께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국내에서의 협력관계가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하나의 산업군을 형성하는 사례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함께가요, 해외로’

지난해 5월 미국의 앨라배마주.

현대모비스와 한라공조, 만도, 화승알앤에이 등 국내 12개 중소기업들이 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이 업체들은 앨라배마주의 주요 도시인 몽고메리, 오펠리카,헤인빌, 그린빌 등 9개 도시에 둥지를 틀었다.

새시모듈을 제작하는 현대모비스는 몽고메리시에, 자동차 에어컨을 공급하는 한라공조는 쇼터시에, 브레이크를 만드는 만도는 오펠리카시에, 웨자스티립을 제작하는 화승알앤에이는 엔터프라이즈시에 각각 자리를 잡았다.

또 그린빌시에 화신(새시 프레스)·헤인빌시 대한솔루션(헤드라이닝)·알렉산더시 에스엘(전 삼립산업, 리어램프)·포트데파짓시에 세종공업(머플러)과 동원금속(도어프레임)이 각각 입주했다.

미국 앨라배마주 9개 지역에 현대차를 중심으로 자동차부품·철강 등 12개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진출하면서 ‘한국 산업단지’가 자연스럽게 조성됐다.

섬유산업 침체로 경제기반이 무너졌던 앨라배마주는 한국 기업들의 잇단 공장 가동에 따라 ‘제 2의 디트로이트’를 꿈꾸고 있다.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공장이라 일컫는 중국에서도 이와 같은 동반진출 현상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중국 창저우시에는 위치한 창저우명성공정기계유한공사.

창저우시에는 현대중공업이 중국 현지기업과 합작으로 세운 창저우현대가 위치하고 있다.

이 회사는 캐빈(조종실을 둘러싼 프레임)과 카울(엔진과 본체를 둘러싼 프레임) 등 굴착기의 외관재를 생산, 현대중공업 현지 합작법인인 창저우현대에 납품하고 있다.

울산광역시 북구에 본사(명성공업)를 두고 있는 창저우명성은 지난 93년 현대중공업과 인연을 맺어 왔으며 지난 2000년 8월 중국 현지에 공장을 설립됐다.

창저우시에는 상주신라기계제조유한공사와 한울(상주)유압시스템제조유한공사, 상주대모기계주식회사, 동성정공, 상주대전기전유한공사 등 현대중공업 협력업체들이 현대중공업과 함께 진출, 굴착기를 제조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이같은 동반진출에 힘입어 창저우현대는 지난해 10월 기준 중국내 굴착기 시장점유율 23%를 기록, 중국대륙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중국에는 북경현대를 중심으로 현대모비스, 현대하이스코, KCC를 비롯한 국내 차부품 계열사 약 70개사도 포진해 있다.

이밖에 현대차가 진출한 인도와 향후 진출 예정인 동유럽 지역을 비롯해 기아차가 진출한 중국 및 슬로바키아 공장 주변에도 완성차에 부품을 직공급하기 위한 부품업체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

■‘동반’, 자체가 매력이다

이처럼 국내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함께 해외진출에 나서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브랜드파워와 마케팅 능력을 갖춘 대기업이 해외에서 영업활동에 나서기 때문에 별도의 영업인력이나 자금을 동원할 필요도 없다.

질좋고 값싼 완성품이 되도록 좋은 부품을 공급하면 된다.

현대차와 함께 미국 앨라배마주에 진출한 자동차 부품 협력업체들은 현대차에 부품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또다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갔다.

현대차 납품 효과 이외에 미국내에 진출한 유럽 및 일본 등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할 수 있는 기회가 커지기 때문에 머나먼 이국땅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점과 안정적인 수요처가 있다는 점 이외에 실제 해외에 동반진출한 중소기업들은 수익 면에서도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명성공업은 중국 진출 2년 만에 160만달러의 건설중장비 부품을 수출한데 이어 지난 2003년에는 10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창저우명성은 올해 지난해보다 10% 늘어난 70억원의 매출 목표를 세우는 등 대기업과 해외 동반진출로 매출은 물론 수익에도 큰 덕을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대기업이 동반진출시 적지 않은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해외동반진출은 상생경영의 좋은 사례로 꼽힌다.

실제 LG전자의 경우 휴대폰 케이스 사출·금형업체인 진원전자는 중국 공장을 설립하는데 2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중국 칭다오와 옌타이에 공장을 설립한 진원자는 월 100만세트의 휴대폰 케이스를 제작, 전량 LG전자에 납품하고 있다.

품질이 뛰어난 케이스는 LG전자의 휴대폰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LG전자가 진원자의 중국진출을 도운 것이다.

■사진설명=현대중공업 중국 현지법인인 '창저우현대'는 현대중공업과 동반진출한 협력업체로부터 부품을 납품받아 굴착기를 제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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