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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화제-내 마음의 무늬]“내게 소설이란 지독한 연애”



박완서씨와 함께 한국 최고의 여성 소설가로 군림해온 오정희씨. 그가 오랜 침묵을 깨고 자신의 인간적 면모를 오롯이 담은 신작 산문집 ‘내 마음의 무늬’를 출간했다.

그동안 작가는 사생활을 드러내기를 끔찍하게 싫어했다. 그런데 모든 것을 순리대로 이해하게 하는 이순(耳順)의 나이에 접어든 그는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처럼 담담하게 지난날을 관조하면서 과연 인생이란 무엇인가,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되묻는다.

작가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글쓰기만이 자신의 남루한 삶을 구원해주리라는 기대와 희망에 한껏 들떠 있었던 문학소녀 시절,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하느라 정신없으면서도 시간을 쪼개 창작에 매달렸던 삼십대 시절,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다시 얻게 된 자유와 고독 사이에서 방황한 중년 이후의 삶을 섬세하고도 담대하게 펼쳐낸다.

아홉 살 때 고아가 되고 싶어서 가출했던 이야기, 커피보다 우유를 좋아하는 남자가 싫어 결혼을 포기했던 이야기, 밥 짓기 싫어 남몰래 눈물 흘렸던 이야기, 10년 가까이 절필 상태에 있었던 말 못할 속사정 등은 문학 하나만을 붙잡고 세월을 견뎌낸 작가의 내면을 이해하는 중요한 도구다.

“나뭇잎의 흔들림에서 바람의 존재를 느끼듯 우리는 변화로써 시간의 흐름을 감지한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제까지 나이가 변모시킨 우리들의 얼굴, 그것은 바로 우리가 살아낸 시간의 얼굴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작가는 또 자신의 치열한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고백한다. “내게 소설이란 ‘보상을 바랄 수 없는 짝사랑, 지독한 연애’와 같다. 되풀이 겪어도 면역과 내성이 생기지 않는 점, 그리고 그 가슴 뜀과 온갖 갈망과 공상, 기진맥진과 지리멸렬, 그리고 환멸에 이르기까지 연애의 구조와 신통히도 닮았다.”

/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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