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책벌레의 책돋보기-마가렛 엣우드의 ‘핸드메이즈 테일‘]



전체주의사회 여성의 정체성 찾기

캐나다 태생의 여류 작가 마가렛 엣우드(1939∼)의 작품에서는 주로 억압적인 사회구조하에서의 개인 문제가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다뤄진다. 남성지배적이고 여성비하적인 사회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위해서 투쟁하는 여성주인공의 이야기는 엣우드의 문학속에서 일관되게 등장하는 중심 테마다.

토론토 대학과 하바드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미국과 유럽의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던 엣우드는 소설과 시 쓰기를 계속하는 댓가로 문학비평에서 카투니스트에 이르는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여야 했다. 작가로서의 엣우드를 세상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된 ‘헨드메이즈 테일’(1985)은 억압적인 전체주의 국가체제에 의해 자행된 여성억압기제들에 대해 담담하게 보고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에 기반하고 있다. 언젠가 미국은 혁명이 발발하여 헌법은 철폐되고 기독교원리주의의 국가종교를 제외한 모든 종교는 금지된 계엄령에 근거한 질리드(Gilead) 공화국이라는 이름의 전체주의적 신정국가가 되어 있다.

핵전쟁인지 아니면 그 어떤 재앙에 의해서인지 대다수 주민은 불임이 되어 있고, 이 음울한 디스토피아에서는 여성은 모든 권리를 포기당한 채 철저하게 사회적 공동자산으로 관리되어 있으며 그 기능에 맞춰 카스트적인 위계로 등급지어져 이에 상응하는 드레스코드도 존재한다. 질리드의 모든 여성들은 공식적으로는 7등급으로 나눠져 있는데,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도 없고 어떠한 자율적인 결정이나 심지어 화장과 독서 마저 금지되어 있으며 이러한 사회적 규범에 거부하거나 역할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되어지면 언제든지 소위 ‘식민지’로 추방되어 위험한 방사능 물질을 다루는 일에 내몰린다. 여성의 등급중 핸드메이드의 사회적 역할은 애를 갖지 못하는 상류층을 위한 씨받이 역할이다.

이 소설의 화자인 오브프레드(offred)는 이름에서 보여지듯이(of Fred) 프레드의 소유물로서 아이가 없는 프레드부부를 위해 ‘봉사’하는 처지이나 우연히 처한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구술하고 있다.
엣우드의 이 소설에서는 무엇보다도 창세기의 라헬과 레아의 일화와 같은 성경적 모티브 뿐만 아니라 점차적으로 여성운동에 대한 보수적인 의견이 강해지고 종교적으로는 근본원리주의 운동이 점차 목소리를 높여가던 80년대 미국의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암시적으로 드러나 있다. 소설속의 오브프레드의 회고에 따르자면 이러한 기독교원리주의가 미국의 사회를 점차 신정주의적 파시즘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탈인간화된 전체주의 사회와 함께 도래한 여성에 대한 억압이라는 디스토피아적 상황에 대한 엣우드의 문제의식은 볼커 슐렌도르프에 의해서 영화화 되기도 했다.

/김영룡 문학평론가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