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8·31대책 종부세 강화 후폭풍]“전재산인 집한채 팔란 말인가”

정영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1.05 14:14

수정 2014.11.07 00:47



‘집 한채가 전 재산인데 이마저도 내놓으란 말인가.’

과세대상 확대와 과표 현실화를 골자로 한 종합부동산세 개정으로 기존 종부세 과세대상자들은 물론 새로 과세대상자로 분류된 1주택자들까지 세금압박에 시달리는 등 8·31부동산대책 후폭풍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시장에 몰아치고 있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종부세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무겁게 매겨 불로소득을 환수한다는 게 취지지만 법 개정으로 과세대상이 확대되면서 투기와 거리가 먼 1주택자들도 고액의 세금을 내야 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별도의 고정적인 수익원 없이 고가주택만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무거운 세금부담을 안아야 하는 실거주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기존 종부세 대상자들도 쉽게 보았던 종부세 과세 위력이 강해지자 고민에 빠졌다. 납세능력이 부족한 1주택자들의 시름은 더욱 크다. 강남권 중개업소에는 “세금부담 때문에 집을 내놓겠다”는 1주택 소유자들의 발길이 올들어 부쩍 늘고 있다.


다주택 소유자들도 과세부담을 덜기 위해 증여 등 대응책 마련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선의의 피해자 양산

정부는 종부세 개정으로 과세대상이 공시가격 기준 6억원 이상 주택으로 확대되면서 과세대상자는 16만명에 이를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해(9억원 이상)에 비해 과세 대상자가 무려 4배가량 늘어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세대별 6억원’으로 기준을 강화하면서 부자가 아닌 일반 서민들이 대거 대상에 포함돼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부담도 크게 늘어난다. 과표가 연차적으로 현실화되고 세부담 완충장치인 상한선이 3배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시가의 50%였던 과표는 올해 70%, 오는 2007년에는 80%로 상향조정되고 2009년에는 100%로 현실화된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권 등 특정 지역의 웬만한 집은 기준시가 6억원을 넘어 단지 이곳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종부세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올해 새롭게 종부세 대상에 분류된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2차 36평형(기춘시가 7억8000만원)은 재산세 261만원(지방교육세 등 포함)외에도 올해부터 97만원(농어촌 특별세 포함)의 종부세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장욱진 세무사는 “재산세는 과표적용률 변동이 적어 큰 증가는 없지만 세금구조상 종부세는 해가 갈수록 크게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집 한채마저 내놔야 할 판

종부세 과세대상 확대 등 8·31대책 관련 후속입법으로 다주택자들 뿐 아니라 1주택자들도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갖춘 후 집을 팔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게 서울 강남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요건은 서울과 경기 과천시, 분당 등 수도권 신도시는 3년 이상 보유에 2년 이상 거주이고 기타 지역은 3년 이상 보유다.

올초 입주한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인근의 토마토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인 이곳에 사는 조합원 가구주는 대부분 집 한채가 전 재산이며 이들 중 상당수는 늘어나는 세부담을 감당할 만큼 수입이 없어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한은행 고준석 재테크팀장은 “최근 종부세 과세에 대해 하소연하는 상담이 크게 늘었다”며 “30년 동안 강남 대치동 미도아파트에 산 고객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찾아왔지만 뾰족한 답을 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부동산 부자들 ‘증여’로 세금 회피

부동산 부자들은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와 종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증여를 통해 부동산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부동산컨설팅회사 유엔알 박상언 사장은 “8·31대책 관련 후속법안 국회 통과 이후 부동산을 많이 소유한 강남권 거주자들을 중심으로 ‘증여’ 관련 상담이 지난해 말 이후 2배 이상 늘었다”며 “자녀가 독립 세대를 구성할 수 있는 50대 이상의 2주택 보유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박사장은 “증여세를 내더라도 시가 5억원과 4억원짜리 두 채의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은 4억원짜리를 증여함으로써 과세대상인 6억원 이하로 맞춰 종부세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다주택자들은 증여보다 양도세가 적은 경우엔 증여하는 주택에 대출을 안고 대출부분은 양도세를 물고 증여세를 줄이는 부담부증여의 방법도 선호하고 있다.
4억원짜리 집을 대출 3억원을 끼고 증여를 할 경우 증여세는 1억원에 대해서만 부과하고 3억원은 양도세를 내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일부는 장기간에 걸친 현금증여를 통해 3억원을 대신 갚아주고 있으나 현금증여의 경우 일일이 과세 당국이 세무조사를 하기 어려워 세무당국의 조사를 피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상언 세무사는 “이런 방법은 절세방법이라기보다는 편법이며 자금출처나 세무조사를 통해 밝혀질 경우 증여세와 함께 최소 20%의 가산세를 물게 된다”고 말했다.

/ steel@fnnews.com 정영철 김재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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