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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하락 가속…990원 붕괴]美 금리인상 마무리에 “달러 팔자”

김용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1.05 14:14

수정 2014.11.07 00:46



원·달러 환율이 올들어 4일 동안 2.4%나 급락하면서 국내 금융기관과 수출기업에 메가톤급 충격파를 주고 있다. 최근 원·달러환율이 연일 급락세를 보이는 것은 역외시장에서의 달러 매도 공세가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역외세력이란 주로 해외투자은행들로 꼽힌다. 싱가포르와 홍콩, 일본, 미국 등 역외시장에서 원화와 미국 달러화간 차액결제 선물환(NDF)거래를 통해 역외세력은 서울 외환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지난해 연말에 내놓은 2006년 환율 전망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이 올 1·4분기엔 1000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했었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달러 전격매도 원인을 최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의사록 공개와 주식시장 관련 환전수요 등에서 찾고 있다.


■역외세력 팔자 공세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원·달러 환율이 급락할 것이란 예측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건스탠리는 원·달러 환율이 올 1·4분기말에 1055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었고 JP모건도 1·4분기말에 1010원, 골드만삭스는 1000원 등으로 내다봤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연초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수출기업이 달러를 파는 것보다 역외에서 외국계투자은행이 매물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모건스탠리와 리먼브라더스를 통해 많은 ‘팔자’ 주문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 역시 연초 환율급락을 예상치 못했던 것 같다”며 “연초에 나타난 몇 가지 재료에 대해 외국계은행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FOMC 의사록 공개가 결정적

전문가들은 지난 3일 공개된 FOMC 의사록이 연초 외국계 투자은행을 움직인 가장 큰 재료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FOMC는 의사록을 통해 올해 정책금리 추가인상이 제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선임연구원은 “금리 인상이 끝나간다는 데엔 상당수 전문가들이 인식을 같이 했지만 막상 이같은 코멘트가 제시되자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이 1∼2차례에 그칠 수 있다는 예측이 힘을 얻으면서 달러 매도세가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연초들어 국내 주식시장에 대해 순매수로 돌아선 것도 원화강세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일 이후 국내 증시로 유입된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약 2000억원가량이다.

■외환당국, 미세조정에 치중한 듯

이처럼 역외세력의 매도공세로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있지만 외환당국은 일단 미세조정을 통해서만 개입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원·달러 환율이 980원대까지 밀리는 과정에서 5일 하루 동안 당국이 약 2억달러를 투입했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며 “이는 급락세를 다소 진정시키는 수준 이상의 힘을 갖지 못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현 상황에서 외환당국이 사실상의 시장 관망을 하는 편이 옳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또다른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시장이 자율적으로 반등 포인트를 찾을 때까지는 미세조정만 하는 것이 더 낫다”며 “지금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봐야 매도세력에 기회만 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원·달러 환율의 급락은 ‘연초(年初)효과’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매년 초에는 수출기업들의 네고물량 확대, 역외세력의 달러화 매도 등의 영향을 받아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는 것.

금융연구원 이윤석 연구위원은 “지난 2001년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3일 만에 20원이 하락했고 2002년에는 4일만에 10원, 2003년에는 15원이 떨어지는 등 연초에는 어김없이 환율이 급락한 후 반등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 yongmin@fnnews.com 김용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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