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올해의 공연 ‘빅6’]많이 기다렸다 ‘설렘과 행복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1.11 14:14

수정 2014.11.07 00:40




지난해 관객들로부터 가장 열띤 호응을 얻었던 작품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었다. 뮤지컬 쪽에서는 이외에도 ‘아이다’와 ‘아이 러브 유’ 등이 짭짤한 재미를 봤다. 클래식 음악에서는 바그너의 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가 비싼 티켓 가격에도 불구하고 큰 성공을 거뒀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23년만에 펼친 내한공연도 빅 무대에 목말랐던 국내 관객에겐 단비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떤 공연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을까. 파이낸셜뉴스는 2006년 새해를 맞아 놓치면 후회할만한 ‘올해의 빅 공연’을 골랐다. 1월부터 12월까지 2개월 단위로 장르 구분없이 모두 6개의 공연을 선정했다.


◇얀 파브르의 ‘눈물의 역사’=올해는 연초부터 공연계에 일대 파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오는 2월10∼1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얀 파브르의 무용극 ‘눈물의 역사’는 20여명의 무용수들이 알몸으로 무대를 활보하는 등 시작부터 끝까지 도발적이고 충격적인 표현들로 가득하다. 지난해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선보여 유럽에서도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눈물의 역사’는 얀 파브르가 지난 2000년부터 무대에 올리고 있는 체액 3부작 마지막 작품으로 인간의 기쁨과 슬픔, 고통과 쾌락, 환희와 절망을 실험적인 방식으로 그려냈다. 아비뇽 페스티벌 뱅상 보드리에 예술감독은 “얀 파브르의 작품에는 환호와 야유가 공존한다”면서도 “그를 모르거나 싫어하는 관객들조차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의 탄생 250주년을 맞은 공연계는 그 어느 해보다 풍성한 ‘모차르트 메뉴’를 준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공연이 오는 4월20∼2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돈 조반니’다. 지난 2002년 여성 연출가 프란체스카 잠벨로 연출로 영국 로열 오페라단이 공연했던 ‘돈 조반니’는 모차르트 음악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충격적인 무대로 오페라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었다. 세계적인 바리톤 브린 터펠이 타이틀롤을 맡았던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 코벤트가든 공연 때와 달리 이번 공연에서는 ‘바이로이트의 히어로’ 연광철을 비롯해 나승서, 박은주, 임지현 등 세계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성악가들이 무대에 선다.

◇러시아 말리극장의 ‘형제자매들’=오는 5월20∼21일에는 휴식시간을 포함해 장장 7시간 동안 공연되는 연극 작품이 국내 최초로 소개된다.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단 2회 공연되는 ‘형제자매들’은 세계적인 연극 연출가이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말리극장 예술감독인 레프 도진이 지난 85년 초연한 화제작.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스탈린 정권 아래 살고 있는 러시아 민중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는 ‘형제자매들’은 억압된 자유와 빈곤한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강한 생명력을 예찬한다. 40여명의 배우들이 7시간 동안 뿜어내는 에너지와 감동은 영화의 시대이자 뮤지컬의 시대인 오늘날에도 연극이라는 장르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매튜 본의 ‘가위손’=남성 버전의 댄스뮤지컬 ‘백조의 호수’로 일정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영국 출신의 안무가 매튜 본은 올해 ‘가위손’으로 국내 관객과 다시 만난다. 오는 7월12∼23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가위손’은 천재 영화감독 팀 버튼의 동명 영화를 무대화한 작품으로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영화 속 사랑 이야기를 대사가 아닌 춤으로 전달한다. 원작의 환상을 깰 수 있다는 이유로 자신의 그 어떤 작품도 뮤지컬로 만드는 것을 반대해왔던 팀 버튼이 매튜 본의 제안만은 거절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신비롭게 흐르는 음악과 흩날리는 눈보라가 압권인 ‘가위손’은 지난해 11월 영국 런던에서 초연된 최신작으로 올해 초 영국 내 순회공연을 거쳐 해외공연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카메론 매킨토시의 ‘미스 사이공’=이른바 ‘뮤지컬 빅 4’로 분류되는 작품 중 유일하게 국내 공연이 성사되지 않았던 ‘미스 사이공’이 오는 8월31일부터 10월1일까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지난 89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된 ‘미스사이공’은 지금까지 모두 18개국에서 공연돼 전세계적으로 3000만명의 관객을 동원, 총 9억5000만파운드(약 1조9000억원)의 수익을 올린 대작.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의 뮤지컬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미스 사이공’은 베트남전쟁이 끝나갈 무렵인 1975년 사이공(현 호찌민)을 배경으로 미군병사 크리스와 젊은 베트남 여성 킴의 비극적 사랑을 화려하게 재현한다. ‘미스 사이공’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공연에 앞서 6월28일∼8월20일 경기 분당 성남아트센터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관객들과 먼저 만난다.

◇뉴욕 필 VS 상트페테르부르크 오케스트라=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내한 무대는 11월과 12월에 몰려 있다. 우선 예술의전당이 해외유명 오케스트라 시리즈 일환으로 초청하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오케스트라가 오는 11월7∼8일 양일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유리 테미르카노프가 지휘봉을 잡는 이날 공연에는 ‘러시아 피아니즘’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펠츠만이 협연자로 나선다. 또 11월15∼16일에는 베를린, 빈 필하모닉과 함께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손꼽히는 로린 마젤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2년여만에 다시 내한, 교향악의 진수를 선사한다.
이밖에도 정명훈이 지휘하는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11월17일·세종문화회관) 등도 올해 안에 한국을 찾는다.

/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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