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증세없이 해결할 수 있는 방안 강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1.25 14:18

수정 2014.11.07 00:21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불거진 증세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노대통령은 ‘국민이 반대하는 일을 무리하게 하려고 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라며 ‘세금을 올리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해 가까운 시일 내에 증세는 없을 것임을 확실히 했다. 대통령의 신년연설이 재정 확대의 불가피성을 강조함으로써 증세 논란이 이어지고 주가 폭락도 불러온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으니 환영할 만하다.

노대통령의 확실한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지금은 증세 논쟁을 할 때가 아니라 감세 주장의 타당성을 따져보야야 할 때’라는 발언이다.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노대통령은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기초연금을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감세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지적했다. 물론 야당을 두고 하는 말로 돈 쓸 일은 끝없이 내놓으면서도 세금을 깎자는 주장의 타당성과 책임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쓸 돈이 늘어나면 세금을 더 거둬 부족분을 충당하는 게 일반적인데 오히려 세금을 깎자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게 분명해 대통령의 발언은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도 발언의 의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시점 때문이다. 필수적인 재정 지출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감세는 어려운 게 사실인데 타당성을 따져보자고 나선 것은 야당 주장의 허점을 부각시켜 ‘증세 불가피’를 얻어내려는 정치적 계산이 없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은 이같은 우려를 고려한 듯 정부가 이미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과 예산 효율화를 통해 씀씀이를 최대한 줄여나가고 있고 세원 발굴과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탈세를 막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정부가 세금을 올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이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재정이 확보되지 않으면 해결책은 증세 이외에는 없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주가 폭락의 원인이었던 증세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정부는 그러나 논란을 일시적으로 잠재웠다는데 만족해서는 안된다.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우선 해야할 일은 증세 논란을 일시적으로 잠재우기보다 증세가 불가피한지 여부부터 검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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