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코리아 글로벌 산업벨트를 가다]‘빅3’해외거점 33곳에 R&D기지 ‘기술경쟁’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1.30 14:19

수정 2014.11.07 00:18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못지 않은 공과대학들이 밀집한 인도의 뱅갈로르시.

공항에서 자동차로 30분쯤을 이동하면 에어포트로드에 위치한 LG소프트인디아(LGSI)가 나타난다.

평범해 보이는 건물이지만, 입구에서부터 통제는 철저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영화에서만 홍체인식기가 버티고 서 있다.

사무실로 들어가려면 홍체인식기에 눈을 대고 신원을 조회해야만 한다. 홍체 데이터가 입력돼 있지 않은 외부인이 출입하려면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나올 때 역시 녹록치 않다.
LGSI 직원이라도 점심시간 등에 외부로 나갈 때마다 출구앞에 있는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며 만일 디지털카메라 등을 소지해 벨이 울리면 보안요원 몇 명이 일일히 사진내용을 검사한다.

주변에 빼곡히 들어선 해외다국적기업들도 이러한 통제 시스템을 갖고 있어 해외에서 펼쳐지고 있는 치열한 연구개발(R&D)경쟁을 실감케했다.

◇R&D 센터,세계로 세계로=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가 중국, 미국, 인도, 유럽 등 세계 주요 거점에 세운 R&D센터 및 연구소는 33개에 이른다.

LG전자는 중국 베이징, 인도 방갈로르, 프랑스 파리, 미국 샌디에이고, 러시아 모스크바, 브라질 타우파테 등 6개 R&D센터에서 휴대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개발을, 미국 뉴저지, 중국 천진 등에서는 디지털 TV 및 생활가전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8년 미국 산호세 연구소를 시작으로 영국,이스라엘,중국 등에 해외 11개 R&D센터를 구축해 휴대폰, 반도체, 디지털 TV, 프린터 등의 핵심기술을 진일보시키고 있으며, 현대차는 미국,일본, 독일을 3대축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무르기 위한 R&D에 몰두하고 있다.

정보통신(IT) 대기업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경우 영어 구사력과 풍부한 IT 인력, 우수한 기초과학 등으로 해외 아웃소싱의 우선순위에 꼽힌다. 이중 중국의 다국적기업 R&D센터는 2000년초 두자릿수에 불과했으나 작년에는 800여개를 넘어섰고 한국기업들이 구축한 R&D센터 숫자 역시 적지않다.

올들어서는 넥센타이어가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에 이어 세계 최대의 타이어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칭다오시에 현지공장과 R&D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도 오는 3월 중 중국 상하이 푸둥 지역에 자본금 3000만달러 규모의 지주회사 설립과 함께 연구개발센터 구축을 계획하는 등 국내기업들의 해외 R&D거점은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기업들이 해외진출시 생산공장뿐만아니라 R&D센터를 확보해 시너지효과를 높이고 있다”며 “다만, 어떤 첨단 기술을 개발해 다국적기업들과 경쟁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파주, 울산 같은 클러스터 해외 구축=중국,인도 등 세계 아웃소싱 대상 주요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R&D센터 규모나 숫자는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뒤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미국,일본, 독일 등의 다국적기업들이 R&D센터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게 원인이다. 중국에서는 GE, 델파이 등 일부 외국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허용 아래 상하이에 독립 법인형태의 R&D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해외 R&D센터를 구축한 국내 기업 중 대다수가 독자적인 기술력과 핵심기술 배양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일부 연구개발 센터는 본사 연구개발 센터를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한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국내 본사가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해외 연구센터는 응용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않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 퍼진 R&D센터를 아웃소싱 차원에서 만족하기 보다 클러스터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코트라 이중선 인도첸나이 무역관장은 “세계적인 품질,가격 경쟁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해외에 R&D중심의 산업벨트 구축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파주,울산과 같은 클러스터를 해외 전진기지에 구축한다면 세계적인 경쟁력 확보는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클러스터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단계인 산업벨트 조성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파주, 탕정의 ‘LCD 클러스터’와 수원, 분당 등의 첨단 ‘R&D 클러스터’는 수도권 첨단산업의 새 중심기지로 떠오르고 있으며, 현대차 생산거점인 울산은 한국 자동차산업의 클러스터로 자리매김했다.


클러스터는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특정지역에 모여 네트워크 구축과 상호작용을 통해 사업전개,기술개발,부품조달,인력 정보교류 등에서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을 의미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이와 같은 산업클러스터가 크게 활성화돼 미국의 실리콘밸리, 스웨덴의 시스타, 핀란드의 울루 등이 대표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이관장은 “인도에 국내기업 중심의 섬유산업 벨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구축이 완료되면 중국을 넘어서는 경쟁력을 갖게될 것”이라며 “해외생산기지에 국내기업 중심의 산업벨트를 하나씩 구축한다면 핵심역량, 기술, 가격경쟁력 등을 한층 강화시키는 배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winwin@fnnews.com 오승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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