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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日 ‘방송통신융합’ 급진전/이경환 도쿄통신원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3.02 14:23

수정 2014.11.06 12:03



일본에서 20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TV시청 시간은 주는 반면에 인터넷을 통한 주문형비디오(VOD) 이용자는 늘어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이 널리 퍼지면서 ‘VOD 서비스’ ‘휴대용 멀티미디어기기(PMP) 동영상 내려받기 서비스’ ‘셋톱박스형 TV’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휴대폰을 통해 지상파 멀티미디어방송(DMB)을 볼 수 있는 ‘원세그’ 위성DMB ‘모바HO’ 디지털방송과 인터넷 회선 모두를 이용한 ‘서버형 방송’도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방송통신 융합형’ 서비스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그동안 동영상 서비스를 대부분 방송사들이 제공했다. 방송 프로그램의 VOD 서비스를 일부 방송 사업자밖에 제공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05년 4월 USEN이 인터넷을 통한 VOD 서비스 ‘갸오(GyaO)’를 시작한 지 채 1년도 안돼 일본을 대표하는 인터넷 VOD 서비스로 발전했다. 사용자 등록정보(성·연령)에 따라 맞춤형 광고를 노출시키고 무료 VOD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성공 원인이다. 또 USEN은 ‘라쿠텐’과 함께 ‘쇼타임(ShowTime)’이라는 회원제 유료 VOD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VOD 서비스는 소프트뱅크그룹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지난해 12월부터 동영상 전송서비스 ‘Yahoo 도우과’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PC를 이용해 휴대기기에 동영상을 저장해주는 서비스도 점차 늘고 있다. 애플의 대용량 멀티미디어기기인 아이팟(iPod)이나 소니의 휴대용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에 동영상을 내려받도록 해주는 서비스가 이에 해당된다. 앞으로 PC를 이용하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직접 내려받을 수 있게 된다면 새로운 미디어로 성장할 가능성도 높다.

전용 셋톱박스를 이용한 동영상 서비스도 늘고 있다. 지난해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온디맨드 TV’ ‘포스 미디어(4th MEDIA)’ 서비스는 셋톱박스가 장착된 TV수상기에 NTT사의 광케이블을 연결해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위성방송 및 케이블 TV에서 인기있는 영화?음악?애니메이션·뉴스·스포츠 등의 콘텐츠를 전송하고 있다. 인터넷 회선을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갸오’나 ‘야후 도우과’와 차이는 없지만 셋톱박스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시청 범위를 한정할 수 있고 PC보다 저작권 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즉,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송국 및 영화배급사 등의 지지를 얻기 쉽다는 것이다.

일본의 위성DMB 서비인 ‘모바 HO’는 지난 2004년 10월부터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한국의 위성DMB와 달리 전용 단말기밖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용자는 적지만 영상 8채널, 음악 30채널, 데이터 방송 60채널 등 풍부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오는 4월1일부터 한국의 지상파 DMB방송 개념의 ‘원세그’ 방송이 시작된다. 방송 업계 주도의 제1호 방송통신 융합형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방송과 통신 인프라를 이용한 NHK의 ‘서버형 방송’도 내년 서비스를 목표로 준비가 진행중이다. 디지털 방송 프로그램을 가정용 서버에 저장해 놓고 보고 싶을 때 서버에 저장된 프로그램을 보거나 인터넷 회선을 VOD 서비스 이용도 가능하다.

이처럼 일본에서 방송?통신 융합형 서비스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데 이는 저작권 문제의 해결이 가시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3월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가 동영상 콘텐츠의 인터넷 전송에 대해 2006년 3월까지, 시청자로부터 얻은 수입중 원작자와 각본가 단체(일본문예가협회)에 정보수입료의 2.8%, 음악저작권 단체(JASRAC)에 정보료 수입 및 광고료 수입의 1.35%, 음원분야 단체(일본레코드협회)에 1.8%, 실연(實演)분야(예단협)에 3%를 지불한다는 저작권 관련단체와의 합의를 계기로 방송과 통신의 융합서비스 제공에 각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방송은 풍부한 콘텐츠를 제작·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또한 콘텐츠에 ‘신뢰성?대중성?공익성’이라는 이미지를 부여,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다. 한편, 통신은 유비쿼터스 시대에 요구되는 ‘개인화 서비스’가 가능하고 ‘저작권 문제’를 다른 미디어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지금 일본의 방송과 통신사업자는 서로의 장점을 활용한 융합형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얻고자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젊은 세대들의 TV 시청 시간이 갈수록 감소한다고 해서 TV 프로그램의 접촉 시간 자체가 줄어든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TV를 보는 방식이 기존의 TV수상기에서 다양한 휴대기기로 변화하고 있을 뿐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방송과 통신의 차이는 별로 없다. 자신이 보고 싶을 때 자신이 선택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지가 중요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원하는 때에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방송과 통신이 지니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은 일본만이 안고 있는 과제는 아닐 것이다.

/ leehwa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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