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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비정규직법 표류,누가 책임지나



2월 임시국회가 비정규직 법안을 비롯해 금융산업 구조개선 법안, 재래시방 특별법 개정안 등 30여건의 민생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폐회된 것은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특히 환경노동위원회가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가면서까지 통과시킨 비정규직법을 다시 다음번 임시국회로 넘긴 것은 일종의 자가당착이다.

30여개 민생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직접적인 원인은 민노당의 회의장 점거로 법사위원회를 열지 못한 데 있다. 또 야 4당이 협조를 거부한 이상 의결정족수(재적 과반수 출석·149석)를 확보하지 못한 여당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의결정족수에 미치지 못할수록 여당은 정치력으로 이를 극복하고 보완해 나가야할 책임이 있다.

환노위의 여세를 입법으로까지 이어가지 못하고 도중에서 꺾인 것이 만약 환노위 이후 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 때문이라면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민노당의 강경한 그리고 극한적인 투쟁은 그 동안 줄기차게 계속돼 왔다는 점에서 핑계는 될 수 있을지라도 ‘불가항력적인 원인’은 아니다. 환노위에서는 질서유지권을 발동했으면서도 법사위는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한마디로 정치권, 특히 국회가 국정에 대한 책임의식보다는 눈치 보기에 더 민감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비정규직 법안을 비롯해 금산법안의 민감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뒤로 미루기만 할 사안은 아니다. 비정규직 법안은 원인이 어디 있든 간에 왜곡된 고용시장을 바로 잡기 위한 것이며 금산법 역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방화벽을 강화하기 위한 ‘개혁 입법’의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과 이상이 격렬하게 충돌할 수밖에 없다. 기왕 개선과 개혁에 손을 댄 이상 이를 뒷받침할 입법은 하루라도 빠른 것이 효율적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국회가, 특히 집권 여당이 적극적으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입법을 꺼리는 것이 아니라면, 또 개선과 개혁 방향에 대한 의구심이 없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비정규직법안에 휘말려 재래시장 특별법 개정안 등 다른 민생 법안까지 표류시키는 것은 결코 책임있는 정당이 할 일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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