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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임원 출신이세요? 당신은 영입1순위입니다



국내에서도 미국처럼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이 상품처럼 거래되는 ‘CEO 마켓’이 형성되면서 ‘CEO 헤드헌팅’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중소·벤처기업으로 CEO의 ‘하향’ 이동 사례가 늘고 대기업·중견기업 간 수평이동도 급증하면서 ‘CEO 헤드헌팅 시장’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미국의 CEO 헤드헌팅 시장 규모가 74억달러(7조3000억원)인 점과 비교하면 한국시장의 성장 속도는 아시아 최고 수준에 달한다.

특히 기업들 사이에 ‘하이브리드(혼혈) 주의’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CEO와 임원을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영입하는 헤드헌팅 열기는 더욱 뜨겁게 가열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LG, SK,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들의 올 정기인사가 마무리된 후 CEO 및 임원에서 탈락한 인재들을 겨냥한 헤드헌팅 업체들의 스카우트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중견그룹과 중소·벤처기업들이 삼성·LG 등 4대 그룹 출신을 사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면서 올 들어서만 300여명이 넘는 ‘CEO급 인재’들이 자리 이동에 나섰다.

실제로 코스닥에 등록된 894개 기업 가운데 삼성그룹 계열사 출신 89명이 코스닥기업 CEO에 올랐고 LG 25명, SK 18명, 현대기아차 15명, GS 10명, 한진그룹 7명 등이 CEO로 스카우트됐다.

4대 그룹 중 삼성의 경우 코스닥 기업은 물론 중견그룹들 사이에서 헤드헌팅 ‘1순위’로 꼽히면서 스카우트 규모가 가장 컸다.

삼성은 삼성전자와 삼성SDI·삼성전기 등 전자계열사가 가장 많고 LG는 LG전자·LG필립스LCD, SK그룹은 SK㈜·SK텔레콤이 주류를 이뤘다.

특히 헤드헌팅 시장의 주인공은 단연 삼성이었다. 동부그룹의 경우 22개 전 계열사 200여명의 임원 가운데 삼성 출신이 4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다음이 LG·SK 등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GS, 한화, 한진, 금호아시아나 등 주요 중견그룹에서 CEO 영입 규모는 지난해와 올 들어 50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올해 초 LG CNS 사장으로 영입된 신재철 전 한국IBM 사장은 외국계 기업에서 스카우트된 대표적 사례며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도 한국 P&G 사장으로 근무할 당시 구본무 LG 회장으로부터 스카우트된 인물이다.

롯데그룹도 올초 롯데정보통신 대표에 삼성그룹 내 대표적인 닷컴 기업인 시큐아이닷컴의 오경수 사장을 영입했고 야후코리아는 이승일 해태㈜ 사장을 스카우트했다.

또 한국가스공사는 이수호 LG상사 부회장을 영입하고 일진그룹은 송용상 전 한국기술금융 사장을 CEO로 스카우트하는 등 헤드헌팅 열기가 뜨거웠다.


한편, 헤드헌팅 업체들은 최근 기업들마다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따른 ‘경영권 방어’가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M&A 및 구조조정 전문가’ ‘해외펀드 등 자금유치 전문가’를 우선 영입 대상으로 삼고 있다.

또한 시스템 경영·해외마케팅·인사관리(HR) 전문가와 다국적기업 전문경영인 출신 등을 가장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헤드헌팅 업체인 맨파워코리아 관계자는 “올 들어 중견그룹을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주의가 확산되면서 타 그룹에서 스카우트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며 “국내 헤드헌팅 시장 규모는 매년 30% 이상씩 증가하면서 일본보다도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 pch7850@fnnews.com 박찬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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