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소형차와 경기회복/조창원기자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3.03 14:23

수정 2014.11.06 12:00



“한국 승용차 중에는 대형차가 많다. 생각했던 것보다 한국인들은 잘 사는 것 같다?.”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중에 동석했던 외국인이 창밖을 보며 기자에게 던진 한 마디다. 유럽 시내에는 소형차가 많은 만큼 이 외국인에게 한국의 모습은 남달랐던 것 같다.

이처럼 한국 자동차 시장은 이제 중?대형 시대를 맞고 있다. 중산층을 대변하던 중형차의 대명사가 ‘쏘나타’에서 한 단계 높은 ‘그랜저’로 바뀌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매출을 견인하는 베스트셀링카로 중형차가 자리매김하는 형국이다.
이와 반대로 한때 붐을 일으켰던 소형차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한 자동차의 소형 모델은 프리미엄급 사양과 뛰어난 연비를 갖췄지만 출시 이후 신차 효과도 누리지 못한 채 월 1000대 이하 판매에 그치고 있을 만큼 소형차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볼 때 지난 2002년 국내 메이저 완성차들이 이익이 낮다는 이유로 폐기 처분한 경차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 경제의 내수 회복에 대한 전망이 슬슬 제기되고 있다. 내수가 온전하게 회복되기 위해서는 중형차 판매 성장과 더불어 소형차 시장의 선전도 필요하다. 중형차에 소비가 몰리고 있는 것은 소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파행적인 소비 행태가 시작되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다행히 연초 들어 소형차 시장에도 따뜻한 봄기운이 찾아들고 있다. 지난 2004년 시장점유율 10%선에 머물렀던 소형차가 연초부터 12%를 넘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지난해 9%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증가 현상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소형차 구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단기간에 갑자기 고가 제품을 많이 팔아 형성되는 경기 회복은 반드시 ‘복통’을 앓게 돼 있다.
소형차에 대해 ‘작은 차’라는 딱지를 떼고 효율적인 소비가 이뤄질 때 진정으로 내수 회복의 ‘봄날’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 jjack3@fnnews.com 조창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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