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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 전망대]국내 영주권 제도의 전면도입이 필요



유럽연합(EU)이 미국식 영주권 제도(Green Card System)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외국 기술자 유입을 촉진해 EU권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EU의 사법 및 주택부 위원인 프랑코 프라티니는 EU가 겪고 있는 노동자 부족과 고령화 현상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영구 노동비자를 제공하는 ‘미국식 모델’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적을 얻을 필요 없이 한국에서 살면서 일하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을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이 영주권 제도다. 그러나 ‘출입국 관리법 시행령’이 도입한 한국의 영주권제도는 3년째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영주(F-5)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지난 2002년 약 6000명에서 2005년 8월 기준 약 1만명 정도로 국내 거주 외국인 수를 감안하면 증가 폭이 미미하다. 게다가 영주 자격자 대부분은 기존의 화교들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체류에 별 문제가 없는 외국 전문인력들이 굳이 절차가 까다로운 영주권을 얻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 90일 이상 체류하는 70만 외국인 중 외국인 노동자는 40만명에 이를 정도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집단이다. 그런데도 현행 제도에서 영주권 취득 및 귀화가 가능한 자는 전문인력뿐이다. 그리고 영주권 취득 대상이 아닌 단순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에 합법으로 체류할 수 있는 최장 기간은 3년으로, 재입국하려면 출국한 뒤 1∼6개월이 지나야 한다. 이는 귀화의 기회(체류기간 5년)를 봉쇄해 한국에 정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이제는 영주권 제도의 전면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우리는 이미 세계적인 경제 대국이 됐고 따라서 외국 노동자들의 유입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도 장기적 관점에서 국적, 외국인 등록, 체류, 외국인 관리, 국경 관리 등을 총괄하는 ‘이민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얼마 전 우리는 유럽의 한 도시에서 소외된 계층이 일으킨 폭동 사태를 지켜봤다. 지금처럼 외국인 노동자들의 문제를 도외시한다면 이러한 사태가 남의 일로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불법 체류자가 늘어나면서 2세도 자연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의 현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외면하는 사이 불법체류자 2세들은 한국 사회의 어두운 그늘에서 성장하고 있다. 산업연수생 제도가 시행된 지 10여년이 되면서 불법 체류자의 2세들은 이제 취학 연령에 들어서고 있다.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존재로 성장할지 고민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음지에 있는 이들을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해 사회 제도권에 포함시킬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사회 규범을 공유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교육권 보장이 필요하므로 영주권 제도와 함께 이들에 대한 공교육 문호도 대폭 개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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