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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CEO 현장 인터뷰]이영탁 KRX이사장의 단축마라톤 도전기



한국의 자본시장이 격동의 세월을 맞고 있다. 증시개설 반세기를 뛰어 넘어 이제는 향후 50년을 준비할 시기다. 금융의 메카 서울 여의도에도 자본시장통합법 등 새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증권관련 각 기관의 대표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파이낸셜 뉴스는 증권CEO와 같이 호흡하고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릴레이 현장인터뷰를 기획했다. <편집자주>
지난 3일 한국증시는 개장 50주년을 맞았다. 나이로 치자면 지천명(知天命)이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는 이날을 기념해 ‘증권선물인 불 레이스(Bull-Race)마라톤대회’를 열었다. 4000여명이 참가한 이날 마라톤대회에서 이영탁 이사장은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발전을 기원하며 단축 마라톤에 도전했다.

#출발전

지난 4일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 한강시민공원. 절기상으로는 입춘, 우수를 지나 경칩(6일)을 앞둔 날이었다. 영하의 날씨 탓일까. 한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차가웠다. 8시부터 모여든 참가자들은 어느새 4000여명을 훌쩍 넘었다. 마라톤 참가자들이 눌러 쓴 빨간 모자가 공원을 붉게 물들였다.

아침 일찍 한강 시민공원에 모습을 드러낸 이영탁 이사장. ‘불 레이스’ 티셔츠가 잘 어울린다. 마주치는 사람마다 반갑게 손을 잡는다. 귀빈대기석에 있던 이사장은 증권관련 최고경영자(CEO)를 비롯, 참가자들과 환담을 나눴다.

그리고 잠시 자리를 떴다. 진행요원들을 만나 일일이 인사를 한다. ‘아름다운 가게(공동대표 박성준·손숙·윤팔병)’를 찾아 물품을 돌아 본다. 그의 꼼꼼함이 묻어났다. 행사일정을 직접 점검하고 본 행사에 묻히기 쉬운 부대행사까지 챙겼다.

드디어 출발선에 섰다. ‘증권선물인 화이팅’을 외치며 포토라인에 섰던 사람들이 ‘10, 9, 8…3,2,1’을 외치는 진행요원의 구령에 맞춰 레이스가 시작됐다.

#마라톤의 열기속으로

등산과 테니스, 수영을 즐겨하는 이이사장의 발걸음이 가볍다. 마라톤 도중 대화를 나눈다는 게 쉽지 않아 어렵게 운을 뗐다.

“평소 운동을 즐겨하시나요.” “운동을 좋아 합니다. 등산을 특히 좋아하고 테니스 수영도 곧잘 합니다. 그런데 마라톤은 사실 처음입니다.”

지난달 거래소 인사 후 열린 직책보임자 워크숍에서 이이사장은 무려 25㎞ ‘한마음 걷기대회’에 참가했다. 지난 겨울에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눈 덮인 한라산도 올랐다.

3㎞지점. 지칠만도 한 지점이다. 그러나 그의 안색은 변함이 없다. 숨이 찬채 어렵게 질문을 던진다. “마-라-톤과 경-영의 공통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자기와의 싸움, 도전정신, 철저한 사전 준비 측면에서 비슷하죠.” “빛의 속도처럼 급변하는 환경속에서 대처하려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이 똑같죠.” “최고경영자도 외롭고 고독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마라톤도 경영과 비슷하죠. 경영은 수 많은 모험의 연속입니다. 물론 준비된 모험이기도 하지만 안주보다는 도전을 택하는 게 경영이죠.”

사전준비가 경영과 마라톤의 공통점이라고 말하는 그. “정말 잘 뛰시네요”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는 이날 마라톤을 위해 지난 1일 같은 코스를 예행연습했다고 귀띔했다.

#반환점을 돌다

드디어 10㎞의 반을 돌았다. 반환점이다. 지난해 1월 통합 증권선물거래소가 출범한 지 꼭 1년이 넘었다. 그리고 한국증시가 돛을 올린 지도 벌써 50년, 반 세기다. 한 세기의 반환점에 막 도달한 셈이다. 지난 한해를 되묻고 싶었다.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네자릿수 시대를 열었습니다. 감회가 어떠신지요.”

“코스피지수가 54%, 코스닥지수가 85%나 올랐습니다. 하지만 과거 1000 시대와는 달랐습니다. 아주 차분하고 안정된 분위기에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이는 경기회복 기대감과 기업실적 개선 때문이죠. 드디어 우리 증시가 제대로된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습니다.” 좀 걸을 법도 한데 그의 속도는 변함이 없다.

#피니시라인 통과

올해 우리 나이로 이순(耳順·60)인 이사장.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 것일까. 9시45분에 출발한 마라톤은 10시30분이 안돼 끝났다. 숨을 고르면서 못다한 질문을 쏟아냈다.

“앞으로 거래소의 중점 추진계획은 무엇입니까.” “올해 거래소의 화두는 외국기업 상장유치와 거래소 기업공개(IPO)입니다. 지난해 중국기업 유치에 주력해 최근 일부 기업이 국내 증권사와 대표 주관계약을 맺었습니다. 늦어도 연내에는 중국기업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거래소 IPO에 대해서는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소유구조 개편과 기업가치, 경영효율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 IPO입니다. 증권선물시장의 국제화와 동북아 금융허브를 위해 필요한 것이 거래소 상장입니다. KRX가 상장되면 국내외 투자가들에도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될 것입니다.”

“자본시장통합법 추진으로 증권업계 판도변화가 예상됩니다. 이상적인 변화는 무엇입니까.”

“대기업계열 금융사간 합병을 통한 금융투자회사 전환, 대형 증권사의 선물·자산운용사 흡수합병, 중소 금융사간 합병이 예상됩니다. 대형 금융투자회사 출현은 기존 수수료 위주의 영업방식 탈피를 의미합니다. 금융기법 선진화로 우리 자본시장의 획기적 발전이 기대됩니다.”

“한국증시가 아직도 저평가됐다고 보시는지요.”

“주주중시 풍토 등에 힘입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야기하는 저평가 요인은 점차 해소되고 있지만 경제펀더멘털과 기업가치에 비해서는 주가가 낮은 수준입니다. 가령 한국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1배에 불과한데 이는 일본(33.7배)이나 미국(18.3배)은 물론 대만(14.1배)보다도 낮습니다.”

“통합거래소 출범 두 돌을 맞았습니다. 비전은 무엇인가요.”

“우선 시장이 원하는 신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입니다.
외국기업 상장과 해외시장과의 연계거래?자체 IPO는 기본이고 세계최첨단의 시스템 인프라를 갖춘 저비용 고효율시장을 만들겠습니다. 내년까지 주식·채권·선물?옵션 등 모든 투자상품의 매매시스템을 통합하겠습니다.”

땀을 훔친 이사장은 마라톤 시상을 위해 유유히 단상으로 걸어갔다.

/정리= sdpark@fnnews.com 박승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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