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칼날’세운 공정위…반도체·건설등 담합 전방위 조사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들의 담합, 부당하도급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건설, 유통, 금융, 통신업 등 상당수 업종과 국내기업은 물론 외국기업들까지 망라돼 있다.

지난해 공정위가 직접 위법 행위를 인지해 조사한 직권조사건수는 총 2925건. 지난 2003년 2383건, 2004년 2492건에 이어 3년만에 22.7% 늘었다. 공정위의 조사 활동에 적극성까지 느껴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공정위가 ‘시장경제의 적(敵)’과 싸움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동시다발적인 조사가 기업 활동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카르텔 방지 최우선 과제

공정위의 조사 강도는 올들어 더욱 강해진 느낌이다. 특히 세계 경쟁당국의 흐름에 맞춰 담합을 ‘시장경제 제1의 적’으로 보고 이를 막는 규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 때 기업담합 전담부서 ‘카르텔조사단’을 신설한 것은 이에 대한 전주곡이었던 셈이다.

공정위는 지난 달 대한항공, 아시아나 등 4∼5개 국내외 항공사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였다. 미국 법무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동시에 세계 주요 항공사들의 화물운임 국제담합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최근 허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하이닉스반도체와 삼성전자가 D램 반도체 가격 담합 혐의로 미 법무부로부터 벌금 등의 조치를 받은 것과 관련, “두 업체의 담합이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면 조사를 해야 한다”고 밝혀 본격적인 조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달 말부터는 10여개 대형 건설업체의 담합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 2004년 8월과 지난해 9월 각각 시작된 4개 정유사와 주유소의 유류 가격 담합에 대한 조사도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통신사들의 음성통화 요금·문자메시지(SMS) 요금 등의 담합건도 조사가 마무리되면서 제재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기 상생 저해 행위 칼날 세워

참여정부가 강력히 추진중인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의 분위기를 깰 수 있는 부당 하도급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조사의 ‘칼날’을 세우고 있다.

공정위는 현재 5개 완성차 업체의 부당 납품단가 인하 등 불법 하도급 여부와 대형백화점과 3∼4개 대형할인점을 상대로 불공정행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국민·우리·신한·한국씨티은행의 계열사 부당 지원과 거래상 지위 남용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사건도 조사가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의 컴퓨터 중앙제어장치(CPU) 제조업체인 인텔에 대해서는 지난달 한국 본사와 인텔의 칩을 사용하는 4개 우리나라 업체를 상대로 현장 조사를 하는 등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경쟁업체의 부품을 사용하지 말도록 배타적 거래를 강요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또 이르면 이달부터는 건설·제조 6만개, 서비스업 3만개 업체를 대상으로 하도급 서면실태 조사를 할 예정이다.

■정상적 기업활동 위축시키지 말아야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공정위의 조사 활동에 대해 “기업들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는 정당한 절차지만 조사 기간이 길어지거나 조사 사실이 공개되는 등 기업 활동에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공정위의 대규모 조사와 제재가 잇따를 경우 기업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규제는 더 나아가 기업의 자산이 투자로 연결되지 못해 기업은 물론 국가의 성장잠재력이 저하될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매출액 1000대기업(금융업 제외)의 현금성 자산 대비 투자 규모는 1996년 203.6%에서 2004년에는 67.8%로 크게 줄어 심각한 투자 부진 현상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예전부터 진행 중이던 사건들이 있어 조사 사건이 많아 보이는 것일 뿐”이라면서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조사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경쟁질서 확립과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안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면서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swshin@fnnews.com 신성우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