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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FTA,저지 보다 전략을/임대환기자



‘적전분열(敵前分裂)’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코 앞에 둔 얼마 전 외교통상부의 관계자가 한 말이다. 미국은 각 기업이나 이익단체들이 “한국과의 협상에서 이것만은 꼭 관철시켜 달라”며 ‘실탄’ 지원을 아끼지 않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자체를 아예 없던 일로 돌리라며 전쟁을 앞둔 장수들의 힘을 빼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당장 생계유지에 숨을 헐떡일 국민들의 ‘외침’을 뭐라할 수 없고 개방화·국제화의 세계적 추세를 거역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당국자들의 하소연도 맞는 구석이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살벌한 세계 경쟁에서 살아 남길 원한다면 FTA는 가기 싫어도 가야할 ‘길’이라는 점이다. 지난 1970년대 초반 혹은 그 이전에 태어난 서민들은 어릴 때 ‘바나나’가 얼마나 귀한 과일이었는지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91년 수입 개방으로 바나나는 이제 흔하디 흔한 과일이 돼 버렸다. 중국제품들이 몰려 오면서 소비자들에게는 가격 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다. 이것이 바로 경제원리인 것이다.

예전에는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한다던 한 친구는 “영화배우치고 값비싼 외제차 안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나. 내 차가 더 좋다는 식으로 신문에 오르내리던 사람들이 핏대를 세우니 참 재밌다”고 말한다.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변했다는 말이리라.

참여정부가 FTA 길을 포기하리라고는 ‘눈꼽’만큼도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명확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 한·미 FTA를 포기하라는 공허한 주장 대신 FTA에서 이것만은 꼭 얻어내자고 주문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정부도 관련 단체들이나 국민들을 설득해 ‘실탄’을 얻어낼 수 있는 방안을 짜내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법정스님이 한 말이 생각난다. “오늘 우리가 겪는 온갖 고통과 그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의지적인 노력은 다른 한편, 이 다음에 새로운 열매가 될 것이다. 이 어려움을 어떤 방법으로 극복하는가에 따라 미래의 우리 모습은 결정된다.”

/ dhlim@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