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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토종자본 백기사 역할 一理있다



‘토종 은행’을 자처해온 황영기 우리은행장이 KT&G 경영권 분쟁에서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주식이 잘 분산돼 있고 투명한 경영으로 주주정책의 모범 사례로 꼽혔던 KT&G가 외국 투기자본의 표적이 된 데 이어 세계적 철강업체 포스코의 이구택 회장이 ‘언제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의 표적이 될지 몰라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며 위기감을 털어놓을 정도여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황행장은 투신, 보험사들이 힘을 합치면 꼭 지켜야 할 국내 우량 기업들은 지켜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KT&G 지원을 위한 구체적 복안 없이 지론인 ‘토종 은행론’에 따라 원칙적인 얘기를 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지만 국내 우량 기업이 외국 투기자본의 공세 앞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있는 현실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지 최근호에서 ‘포스코가 해외 펀드의 다음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할 정도로 투기자본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내 우량 기업에 대한 해외펀드의 공세는 사실 오래 전부터 예견됐었다. 지난해 3월 대한상공회의소는 한 보고서를 통해 ‘투기자본이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거나 주주정책이 부실한 기업만을 노렸지만 앞으로는 우리가 지키고 싶은 기업, 국내 산업에 모범이 되는 기업들을 사냥하러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경고가 1년 만에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M&A 방어 장치를 도입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기는 하다. 일부 기업들은 소액주주들의 투표권을 한 곳에 몰 수 있도록 한 ‘집중 투표제’를 배제하거나 정관 변경이나 이사 해임 등 적대적 M&A 관련 사안에 대한 주주총회 의결 정족 수를 크게 높이는 ‘초다수의결제’를 도입하려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현행 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최대한 방어 수단을 갖추겠다는 뜻이다.


기업들의 자구책만으로 투기자본의 공세를 막기 어렵다. 공정거래위원장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외국 기업이 국내 기간산업이나 우량 기업의 경영권을 빼앗아가지 못하도록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할 정도다. 중동의 부호들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미국의 우량 기업을 사지 못하는 것은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재계의 주장을 정부 관계자들이 깊이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