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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M&A 자초한 KT&G]오너없는 ‘지배구조’…기업사냥꾼 위협 노출

차석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3.14 14:37

수정 2014.11.06 11:48




최근 아이칸 측 지지를 선언한 ‘프랭클린뮤추얼’은 보도자료를 통해 “주주환원을 가속화하기 위해 차입도 적절히 활용하기를 KT&G 경영진 측에 권한다”고 밝혔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그동안 KT&G가 공기업에 걸맞게(?) 안정위주의 소극적 경영을 펼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모 재벌그룹 회장은 “남의 돈이 아닌 내돈만 갖고 경영하는 것은 경영이 아니다”고 말한적이 있다.

외국계 기업사냥꾼의 목적이 ‘주주중시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오로지 많은 배당금이나 주가 상승으로 인한 차익실현을 노리는데 있다고는 하지만 과연 KT&G가 글로벌기업의 위상에 걸맞은 경영능력을 발휘했는지 또한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오너없어 경영위기

지난해 6월29일 KT&G의 대주주인 프랭클린뮤추얼의 특별관계인이었던 템플턴자산운용은 경영참여목적으로 지분을 획득했다고 공시를 냈었다.

당시 KT&G측은 프랭클린의 이같은 공시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템플턴자산운용의 지분율이 0.37%로 낮았기 때문에 경영권 참가 목적이라 할지라도 위협 상대로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템플턴이 아닌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주식을 매집해 KT&G 사냥에 나섰다.

증시전문가들은 이미 SK가 소버린 사태로 한바탕 폭풍우를 몰고 간뒤 제2의 SK사태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KT&G측이 너무 안일하게 대응, 기업 사냥꾼의 표적이 되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오너가 없는 공기업의 구조상 경영권 위협에 둔감했고 결국 아이칸에 의해 경영권 분쟁사태를 초래하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면서 “그때부터라도 외국계의 경영권 사냥이 있을 수 있다는 데 대비했다면 이같은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주경영은 만족할만한 수준인가

아이칸은 KT&G의 경영권을 위협하면서 ▲한국인삼공사의 주식을 KT&G 주주들에게 나눠준 뒤 상장 ▲보유 부동산을 부동산투자회사(리츠) 등의 형태로 분리한 뒤 그 주식을 KT&G 주주들에게 배분 ▲바이더웨이, 영진약품, YTN 등 비핵심 자산 매각 ▲세계적인 담배회사들과 비슷한 수준의 배당금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 확대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KT&G의 주주경영에 대체로 합격점을 주면서 아이칸의 요구에 무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삼성증권 유욱재 애널리스트는 “칼아이칸 측은 경영간섭 목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으며 아이칸이 노리는 것은 이사 선임을 비롯해 주가가 오르거나 배당을 유도하는데 있다”면서 “KT&G가 국내 기준으로는 배당금이나 주주중시경영에 미흡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SK증권 황찬 애널리스트는 “기업경영의 효율성을 위해 적정한 규모의 부채비율이 필요하지만 가장 현금이 많은 기업인 KT&G가 굳이 돈을 빌려서 투자를 해야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가져야 한다”면서 “아이칸의 주문대로 배당을 많이 하거나 자사주 매입?소각을 해야만 주주에게 꼭 좋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율경영인가 경영능력 부재인가

KT&G는 주력이면서 핵심인 ‘담배사업’의 한계로 인해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궁극적으로는 바이오기업화로 변신을 추구했다. 그같은 경영 방향에 맞춰 교두보로 ‘영진약품’을 인수하고 미국의 벡스젠과 합작으로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을 설립했다.

그러나 투자를 해서 기업을 인수하거나 세웠지만 사후관리나 경영능력이 부족해 ‘칼 아이칸’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KT&G의 볼륨에 비해 자회사들의 규모가 크지 않을뿐아니라 과연 시너지효과를 낼만한지에 대해 전문가들조차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영진약품의 경우 제약업계에서 CJ가 인수한 한일약품과 곧잘 비교된다. 양사 모두 경영위기를 겪은후 경영권이 바뀐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영권이 바뀐 이후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일각에서는 공경영과 민간경영의 차이라는 지적도 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CJ는 한일약품을 인수한후 구조조정을 위해 거의 30명에 가까운 전문인력을 투입하고 인력조정이나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한 반면, 영진약품은 현 대표이사 등 단 2명만 투입하고 별다른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인수 당시만해도 영진약품은 KT&G의 경영권 인수후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과의 시너지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1000원을 밑돌던 주가가 지난해 7월 7740원까지 급등했었다. 그러나 뚜렷한 사업실적이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현재 주가는 3400원대로 반토막이 나 있는 상태다.


한화증권 박희정 수석연구위원은 “아직 투자성과를 논하기에 이른 감은 있지만 현재로서는 KT&G가 투자한 기업들에 대한 성과가 뚜렷하지 못하다”면서도 “충분한 자금을 바탕으로 좀 더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큰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지적했다.

/ cha1046@fnnews.com 차석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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