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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책돋보기]아넬리스 마리 프랑크의 ‘안네의 일기’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3.15 14:37

수정 2014.11.06 11:48



안네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진 아넬리스 마리 프랑크(1929∼1945)의 가족은 히틀러의 집권과 더불어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했다. 전쟁이 발발하고 네덜란드가 점령되자 안네의 가족과 친지는 1944년 발각되기 까지 나치의 눈을 피해 은신처 숨어지내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2500만부 이상 팔린 ‘안네의 일기’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실증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점점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유태인 소녀의 사춘기적 감수성의 기록이라는 문학사적 의미도 지닌다.

1944년8월4일 안네와 그녀의 가족이 발각되어 강제 수용소로 끌려갈 무렵 15세의 안네는 이제껏 적어오던 일기를 필사하면서 보완하는 수정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고 같이 숨어 지내던 여덟 명의 가족과 친지들 중 유일하게 생존한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는 남겨진 안네의 2종의 원고(원본과 필사교정본)을 바탕으로 안네의 일기를 출간하기에 이른다.

1947년에 처음 암스테르담에서 출간 되던 당시의 제목은 ‘숨겨진 뒷집’이었다.
이 첫 판본에서는 안네의 아버지는 몇몇 대목을 고의적으로 누락 시킨다. 가령 안네가 사춘기적인 성적 호기심을 표현하는 부분이라든지, 아니면 같이 숨어 지내는 다른 가족들에 대한 비난 부분들이 그 대목이었다.

생전 안네의 소원은 언젠가 저널리스트가 되어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쓰고자 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에서 일기를 집필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출간 이후 계속적으로 제기되던 원고의 진위 문제는 1980년 이후 궁극적으로 종결되었으나 항시 내용적으로 완벽한 판본에 대한 관심은 치열했다. 한편으로는 안네의 아버지 오토가 죽기 직전에야 암스테르담의 안네 프랑크 재단에 기증한 5쪽 분량의 미공개 원고에 대한 관심에서 보여지듯이 여전히 ‘안네의 일기’의 불완전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기도 한다.

한편 소위 안네 프랑크 산업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인세를 얻고 있는 ‘안네의 일기’을 둘러싸고 바젤의 안네 프랑크 재단, 암스테르담의 안네 프랑크 하우스를 관리하는 또다른 안네 프랑크 재단, 그리고 뉴욕에 새로 생긴 안네 프랑크 센터간의 갈등의 골이 무척 깊다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안네의 일행을 누가 고자질 했을까 하는 수십년간의 억측과 논란에 대해서 최근에 국내에도 소개된 안네의 전기 집필자는 은신처의 건물 청소부를 지목하기도 했다. 이제껏 나찌로부터 유태인을 감춰주고 도피를 도와 줬다는 착한 네덜란드인의 이미지는 비록 안네 일행을 고자질한 게 네덜란드 부역자들이라는 새로운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리 손상당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자라나는 세대가 안네의 일기를 새로이 읽게 되고, 그럼으로써 나치에 저항하고 유대인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던 정의로운 네덜란드인들에게 전세계인이 여전히 찬사를 보낼것이기 때문이다.

/김영룡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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