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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4강전 ‘중계권 다툼’



한국이 선전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전 경기를 방송 3사가 공동중계키로 지난 18일 전격합의를 했지만, MBC와 SBS의 해설자들이 경기 하루전에 귀국, 스튜디오에서 중계하는 일이 벌어졌다.

KBS의 야구 해설위원인 하일성씨는 19일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 구장에서 열린 WBC 4강전인 한·일전을 미국 현장에서 생생히 전했지만, 중계석을 확보하지 못한 MBC와 SBS의 허구연, 박노준 해설위원은 국내에서 TV모니터 중계를 하는 수모를 당했다.

특히 MBC의 경우, 현지 생중계가 무산된 직후 미국에서 대기하고 있던 해설가 허구연씨가 경기 하루전인 지난 18일 오후 늦게야 한국으로 돌아오는 급박한 하루를 보냈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에 정통해 선수들에게 미국 현지 경기장 상황 등을 상세히 조언해줄 수 있는 ‘제3의 코치’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가. SBS의 박노준 해설자도 현역출신으로 메이저리그 중계에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그러나 허구연, 박노준 해설위원은 경기 시작 하루전인 지난 18일 부랴부랴 미국에서 한국 내 스튜디오로 모두 복귀해야 했다.

■방송 3사가 모두 야구 생중계하긴 처음

방송 3사는 국민들의 WBC에 대한 높은 관심 덕분에 이번 WBC 4강전 경기와 관련해 수십여개의 광고를 단 며칠만에 모두 수주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처럼 국민적 관심이 상당히 높은 국가대항 스포츠경기의 경우 과도한 중계료 지급으로 인한 외화 낭비를 막기 위해서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은 협력을 해왔다. 이에 따라 한 방송사가 중계권을 대표 자격으로 따오면 나머지 방송사들에게 중계권을 배분하는 일이 통상적으로 이뤄져왔다.

그런데 KBS가 이번 WBC 경기에선 이전 관례와 달리 4강전 이후 단독 중계권을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WBC측으로 부터 중계권을 따낸 KBS는 8강전까지만 MBC와 SBS에게 중계권과 중계석 편의를 봐주고, 4강전부터는 단독중계를 고집했던 것.

MBC와 SBS가 4강 중계를 강행하려 하자, KBS는 이를 막기 위한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서를 법원에 냈다. 그러나 경기시작 이틀전인 지난 17일 KBS는 패소 판결을 받았다.

결국 WBC 4강전 하루전인 지난 18일 오후에야 지상파 방송 3사의 스포츠부서 담당국장들이 함께 모여서 공동 중계키로 합의했지만, 뒤늦은 방송준비로 MBC와 SBS는 중계석까진 확보하지 못했다.

■광고수익 이유로 스포츠중계권 다툼

축구경기나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을 제외하고 야구경기만으로 방송 3사가 공동중계를 하는 것은 이번 WBC 4강전이 처음이었다.

또 국가 대항 야구경기 중계를 두고 공영방송인 KBS가 민영방송인 MBC와 SBS 양 방송사에 방송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일도 그동안 전례가 없던 일.

이에 대해 KBS측은 WBC 중계권을 딴 것은 오로지 KBS 뿐이라며, 단지 4강 이전까지만 MBC, SBS에 중계권을 일부 준 것일 뿐이라고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KBS의 박현정 스포츠 중계팀장은 “MBC와 SBS가 처음에는 한국이 WBC 4강에 진출치 못할 것으로 보고 4강 이상 경기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한국팀이 진출을 하니까 그제서야 중계에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MBC가 4강전 경기중계 예고방송 중계권을 갖고 있는 KBS의 양해도 구하지도 않은 채 한?일간 2차전이 끝난 직후 곧바로 중계방송을 한다고 발표했다”며 섭섭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MBC의 허연회 스포츠제작부장은 “한국팀이 미국에 입성하기 직전 WBC 1라운드가 끝나면서 부터 4강전 이상 중계권 요청을 계속 했다.
그런데 막상 KBS는 한·일전이 끝난 이후 얘기 하자고 해놓고서 협상 테이블에는 나오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방송협회 내부규정에 공동중계권을 대표자격으로 따낸 곳은 다른 방송사를 배제한 채 독단적으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는데도 방송계 맏형인 KBS가 KBS답지 못한 행동을 했다”고 비난했다.

/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사진설명=지상파 방송국 3사가 광고 이익 등의 이유로 WBC 중계권을 둘러싸고 법정소송을 다투는 등 전례가 없던 일이 최근 일어났다. 한국이 선전한 WBC 준결승전.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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