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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CEO 현장 인터뷰]정의동 증권예탁결제원 사장의 24시간



증권예탁결제원은 올해초 13년 만에 ‘비전 2015’ 선포식을 개최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예탁결제기구로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국내 증권·채권 등 유가증권 시가총액 1200조원을 관리하는 증권예탁결제원의 정의동 사장은 지난해 조직개편에 이어 최근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조직의 효율성에 나서고 있다. 특히, 증권선물거래소 상장 이후 쟁점이 되고 있는 청산·결제기능의 역할분담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04년 4월 취임 이후 증권예탁결제원의 세계화와 변신을 꾀하고 있는 정의동 사장은 지난 14일 바쁜 와중속에서도 짬을 내 봉사활동을 했다.

■오전 7시 차에 오르다

지난 14일 오전 7시 서울 삼성동 S아파트 앞. 꽃샘 추위가 마지막 시샘을 부리는 날씨다. 아파트 단지내에서 만난 정의동 사장이 반갑게 인사를 한 후 승용차에 올랐다. 자리에 앉자마자 조간신문 헤드라인을 살폈다. 이날 주요 뉴스는 ‘이총리 사의 밝힐듯’과 ‘한국 야구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멕시코를 꺾었다’는 내용.

자연스럽게 야구 얘기가 나왔다. 정사장이 선문답을 했다. “한국 야구 정말 잘하네요. 이러다 4강 가는 것 아닙니까.” “단기전 승부는 해볼 만 하지요. 오늘 미국 경기가 정말 재밌겠는데요.”

화제를 돌렸다. “최초로 공모를 통해 예탁결제원 사장으로 취임하신 후 다음달이면 2주년이 됩니다. 감회가 어떠세요.”

“현안을 풀어나가는 해법은 ‘변화’라고 생각하고 시장의 효율성과 증권업무의 투명성을 위해 일했죠. 또 예탁결제원이 증권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습니다.”

그는 “남은 1년 동안에도 제도 선진화와 국제화라는 책임감을 느꼈던 취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죠. 고객 서비스 강화와 경영 효율성에 집중할 계획이에요.”

어느 덧 승용차가 올림픽대로를 거쳐 여의도 예탁결제원 앞에 섰다. 차에서 내린 그는 현관에서 거수경례를 하는 경비업체 직원과 반갑게 목례를 하고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18층 사무실에 도착한 그는 먼저 컴퓨터를 켜고 도착한 메일을 확인하며 하루 일정표를 확인했다.

■오전 8시 영어공부

그가 비서실에 “강사님 오셨나요”라고 전화를 걸고 회의실로 이동했다.

주 2회 원어민 강사와 공부하는 영어시간이다. 이날 주제는 회의를 주재하는 비즈니스 영어. 1시간가량 이어진 강의와 수강 모습이 진지했다. 재차 묻고 화답하는 모습이 보통 실력이 아니다.

영어 수강이 끝나고 강사와 환하게 인사를 마친 그에게 물었다.

“재정경제부 뉴욕주재 재경관을 역임하셨는데.”

“일상 회화와 비즈니스 영어는 또 다르죠. 오는 2007년 국제예탁기관회의(CSD9)를 앞두고 미팅이 많아져서 어쩔 수 없죠. 성공적인 행사를 위해 정확한 의사전달을 하고 싶은 것이죠.”

■오전 11시30분 무료급식 봉사

오전 10시 임원 회의를 마친 정사장이 다시 승용차에 올랐다. 한달에 한번 실시하는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하는 날이다. 무료급식 행사를 시작한 배경을 물었다.

“지난해 11월 업무용 카드를 사용하면서 쌓인 카드포인트 활용을 위해 봉사활동을 찾았죠. 결국 종묘공원 사랑채급식소(대표 김금복 목사)와 무료급식을 하는 사랑나눔 행사를 시작했죠.”

달마다 한번씩 무료급식을 통해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나눔 실천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마포대교와 서대문을 거쳐 서울 종로 종묘공원에 도착한 시간은 정확히 오전11시30분.

공원내에 마련된 급식대를 정점으로 70∼80대 노인 및 노숙자들이 이미 100여m가량 줄을 서 있었다. 이곳에서는 매일 무료급식 행사가 이뤄진다. 서울은 물론 경기 의정부·수원·인천·천안에서 올라온 노인들이 무료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전동 휠체어를 탄 노인도 눈에 띈다. 하루 평균 600명이 찾는 곳이고 쌀쌀한 날씨에도 500명이나 모여 들었다.

정사장이 서둘러 앞치마를 두르고 직원들과 함께 배식대 앞에 섰다. 그는 반찬 배식을 맡았다. 배식통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솟아 올랐다. 반찬은 김치와 계란찜. 흰쌀밥과 북어콩나물국을 뜨면 하나의 식판 배식이 끝났다.

정사장이 식판을 전하며 “어른신 날이 쌀쌀합니다. 천천히 많이 드세요. 국 더 드릴까요”라고 일일이 묻는다.

“한국사회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 이런 노인들을 위한 대안은 없을까요.” “사회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져야죠. 봉사활동에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제도적인 시스템이 절실하죠. 선진국에서는 봉사활동이나 도네이션(기부)이 이뤄지면 클럽을 만들어 주는 등 자긍심을 갖도록 하죠. 우리도 그런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급식 봉사활동은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종묘공원에 온 노인들의 식사가 끝나자 시계는 오후 1시를 가르켰다.

■오후 2시 여의도로 오는 길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 오는 길에 질문을 쏟아냈다.

“예탁결제업무 해외컨설팅이 마무리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지난 99년 베트남 호찌민 증권거래소 설립 때 전문가를 파견한 이후 우즈베키스탄 등 독립국가연합국과 태국, 인도네시아에 해마다 전문가를 파견해 왔죠. 그 결실로 태국에 지난해 6월부터 정보기술(IT) 전문가를 파견해 시스템을 개발, 20일부터 시스템 개통을 하죠. 특히 태국은 유상컨설팅을 통해 40만달러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했죠.”

“전자투표제 등 그동안 준비해온 혁신 프로그램은 얼마나 진행됐나요.”

“소액주주 권리 보호와 상장사의 비용절감 차원에서 전자투표제가 시급하죠. 예탁결제원은 학술세미나를 거쳐 상법개정(안)을 제출하는 등 전자투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죠. 상법 개정안 통과에 맞춰 시스템 개발을 통해 전자투표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잠시 대화가 멈췄다. WBC 미국전에서 최희섭이 3점 홈런을 쳤다는 소식이 라디오를 통해 전해졌다. 승용차 안에선 한바탕 하이파이브가 이어졌다. 화제를 돌리는데는 한참이 필요했다.

“펀드시장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간접투자자산예탁결제시스템(펀드넷·FunfNet)을 구축하셨는데?.”

“이달 중 금융감독원 상시감시시스템과 연계를 완료할 계획이죠. 향후 펀드넷을 한국은행 외환전산망, 은행연합회 신용전산망 등과 연계해 자산운용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금융시장 핵심인프라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오후 3시 CSD9 점검회의

여의도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30분. 사장실에서 대화가 이어졌다.

“2007년 국제예탁기관회의(CSD9) 서울 유치에 성공하셨는데 준비는 잘되고 있나요.”

“CSD9은 증권예탁결제산업의 올림픽이죠. 지난해 서울 유치에 성공했고 공동 개최국인 일본, 대만 등과 준비중입니다. CSD9은 전세계 중앙예탁기관 및 청산·결제기관 대표자들이 모여 미래 증권산업과 인프라 발전방향을 논의하게 됩니다. 2007년 열리는 9차 회의에서는 예탁결제 인프라의 기능과 중요성을 알리고 예탁결제원의 국제예탁결제기구(ICSD) 역할 수행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입니다.


커피를 마신 그는 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루 일정의 마지막으로 지난 10∼11일 양일간 열렸던 일본, 대만과의 CSD9 3개국 준비모임 결과에 대한 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정리= sdpark@fnnews.com 박승덕기자

■사진설명=정의동 증권예탁결제원 사장이 지난 14일 서울 종묘공원 사랑채급식소에서 열린 무료급식 사랑나눔 행사에서 배식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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