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아르코미술관 박기원 파멸전



미술관이 아예 작품이 됐다. 전시장에 작품을 걸어 놓는 것이 아니라 미술관 전시공간 자체를 작품으로 만들어 버린 전시회가 있다.

2005베니스 비엔날레 참여작가인 박기원씨가 지난 24일부터 동숭동 아르코 미술관에서 열리는 중진작가 기획 초대전에서 제1전시실 안을 온통 검은 빛으로 물들였다.

원목을 얇게 베어내 합판처럼 만들고 그 위에 먹물을 칠해 불에 타 버린 듯한 느낌을 주는 무늬목을 사용해 미술관 내부 육면체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박기원이 이번 전시 “파멸”은 부정적인 의미보다 기존 체지를 지우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긍정적인 출발의 의미”라고 밝혔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 대한 영감을 얻게 된 계기는 인천의 어느 개발 지역을 돌아본 후였다. 산책삼아 돌아다니다가 다다르게 된 인천의 한 개발 지역은 매우 놀라운 광경을 그에게 펼쳐 보였다.
그곳 전체가 불에 탄 건물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작가는 그 모습을 보면서 모든 것이 다 없어지고 난 후의 본질적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 마치 공간의 본모습을 봐 버린 듯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동안 박기원의 작업이 공간의 부피, 흐름을 드러내면서 그 안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움직임과 호흡에 주목했다면 이번 작업은 공간의 깊이, 공간의 본질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아르코미술관측의 설명이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땅이나 터널 속에 들어갔을 때처럼 막막하고 깊고 고요한 공간 속으로 파고 드는 느낌을 받는다. 전시는 4월 28일까지.

/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