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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카드 인수전 3대 키워드]‘1000만 고객’ 잡아 시장 제패

이민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3.28 14:40

수정 2014.11.06 08:41



국내 은행권 판도를 바꿀 인수합병(M&A) 대어인 LG카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금융권에서는 LG카드 인수자가 소비자 금융을 제패할 것으로 예상하는 한편, 외국계에 돌아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금융권 핵심 관계자는 28일 “여기에 신한과 우리금융의 2위 경쟁까지 포함하면 LG카드 인수전을 읽을 수 있는 3대 키워드가 정리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1000만 고객 내 손에”…소비자 금융시장 제패

카드 대란의 중심에 서 있었던 LG카드는 부실을 털고 ‘환골탈태’했다. 우량기업으로 바뀐데다 인수하면 곧바로 업계 선두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 경쟁은 사활을 거는 형국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LG카드 인수자가 향후 국내 소비자금융의 패권을 쥐게 될 것”이라며 “특히 954만명에 달하는 카드 회원의 확보는 향후 은행영업에서 절대적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어 대단히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즉 경제활동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엄청난 수의 카드회원의 소비패턴과 생활 수준, 초단기 연체 여부에 따른 신용도, 상환 의지 등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듯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사가 고객의 행태를 정확히 알면 절대 손해볼리 없다는 게 정석이다.

따라서 이같은 분석자료를 활용하면 예상되는 대손비용의 정확한 측정과 대출 여부, 상품개발과 마케팅 활용 등에 긴요하게 쓸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고객분석자료를 전환사채(CB)를 통해 제공받을 수도 있지만 3개월 이상 연체시의 자료만 볼 수 있어 제한적”이라며 “하지만 LG카드를 인수하면 전업카드사끼리만 공유하는 10만원 이상·5일 연체 등의 초단기 연체자료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LG카드 인수는 은행 입장에서 외환은행보다 훨씬 매력적이며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셈이다.

■외국계 인수 가능성은 낮아

신한, 우리, 하나지주 외에 씨티와 HSBC 등 외국계의 인수전 참여 여부도 관심사다. 채권단은 “외국자본에 차별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LG카드가 외국계의 품에 안길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낮아 보인다.

금융시장의 저변에 깔린 기류를 보면 이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3년 카드대란 때 외국계가 한 역할이 전무했던데다 외국 자본에 국가 정보와 맞먹는 규모의 고객정보를 쥔 LG카드를 넘겨서는 곤란하다는 인식도 감지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HSBC가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당국 고위 관계자는 최근 “카드사태 때 외국계가 한 일이 없고 과거 제일은행 매각 때에도 HSBC가 보인 행태를 봐서는 신뢰할 수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인수희망 예상자 중 가장 적극성을 보여 온 곳은 신한과 우리지주다. 양행은 이미 대단한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대우건설 인수전에서도 두 지주사는 각각 유진(신한), 두산(우리)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미 대리전을 치르고 있어 주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재록 게이트’로 은행권이 술렁이고 있지만 두 은행의 관심사는 뭐니뭐니해도 LG카드와 대우건설 인수전”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의 경우 이미 외국계와 컨소시엄 구성 및 자금 조달에 관한 구체적 계획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lmj@fnnews.com 이민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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