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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책돋보기]괴츠 알리의 ‘히틀러의 인민국가’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4.05 14:41

수정 2014.11.06 08:13



국내 여러 언론에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침략의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과 대조되는 독일의 모범적인 과거 청산 작업들이 재조명 되고 있다. 히틀러의 집권과 홀로코스트에 대한 원인규명과 자기반성은 여전히 독일 역사연구의 중심과제다.

그런데 ‘히틀러의 인민국가’(2005)에서 저자인 괴츠 알리는 홀로코스트의 원인과 배경에 대한 기존의 이론과는 전혀 다른 이색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에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유태인들 뿐만 아니라 독일의 일반 국민들 역시 히틀러와 나치의 폭압적인 독재와 전쟁동원의 희생양이었다는 통념을 깨고 알리는 히틀러 정권이 당시 보통사람들의 지지를 받기위해서 여러 가지 복지정책을 폈으며 대다수 일반국민은 히틀러를 국민의 뜻을 어우르는 정치지도자라고 여기고 있었다는 폭탄적인 주장을 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히틀러 정권은 유태인들에게서 빼앗은 재물과 침략전쟁에서 노획한 물자들을 당시 독일 국민의 복지에 사용함으로써 대다수의 지지와 묵인을 얻어내는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취했다는 논리를 전개한다. 이제껏 공개되지 않았던 나치 정권의 재정부와 세무서의 자료를 토대로 전쟁기간에도 일반 대중의 세금 부담은 늘지 않았고 여러 가지 사회복지 정책이 일반 대중의 독재정권에 대한 회유책으로 작용했고 이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은 유럽 각지의 점령지에서 약탈한 재물들로 충당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지난 90년대 중반 골드하겐 논쟁에 비견할만한 엄청난 사회적 논란을 낳고 있다. D. J. 골드하겐의 ‘히틀러의 자발적인 처형자’라는 저술에서 야기된 당시의 논쟁에서는 루터이래의 기독교 종주국인 독일인들의 정서에 뿌리깊은 반유태주의 감정이 홀로코스트의 정서적 배경이 되었다는 전제하에 특정 집단에 대한 사례 연구를 통해서 나치정권의 창출과 홀로코스트에 대한 일반 독일 대중의 공동 책임론을 제기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 알리가 새로이 제기한 홀로코스트에 대한 독일 일반 대중의 공동 책임론은 많은 논란을 야기시켰다. 가령 석학 한스 몸젠 등은 알리의 테제가 이제껏 주목받지 못한 재정 자료들을 연구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하지만 ‘아웃사이더’인 알리의 논지는 너무 일면적이며 특정요인이 과대하게 부풀려져 있다는 주장을 한다.


이렇듯 전후 60년이 넘도록 여전히 쉼 없이 전개되는 독일인의 과거에 대한 진실규명 노력은 나치 만행의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배상의 차원을 이미 넘어서서, 유럽통합과 세계평화를 위한 미래지향적인 자아 정체성 회복을 위한 독일인들의 역사와 진리에 대한 양심의 발로다.

/김영룡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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