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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핵심 벗어난 ‘할인점 규제’/최진숙기자



“할인점 개점 시간을 줄인다고 할인점을 안 가나요. 그리고 맞벌이 부부는 주말에만 할인점을 다녀야 한다는 건데 그게 말이 됩니까.”

할인점 규제법안을 놓고 다시 유통가에 말이 많아졌다. 지난달말 국회에 제출된 ‘대규모 점포 영업 조정에 관한 특별법안’이 논란의 핵심이다. 지난해 6월 이 법안의 대강의 그림이 논의될 때부터 분쟁의 소지가 다분했지만 결국 지자체 선거 두달여를 앞두고 이 법안은 은근슬쩍 국회 문턱을 넘은 것이다.

법안의 골자는 그동안 등록만 하면 끝이었던 출점 제도가 허가제로 바뀌고 영업종료 시간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10시 이내 범위에서 지자체장이 결정할 수 있으며 중소 유통업의 균형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영업 품목은 할인점에선 팔 수 없다는 것 등이다.

물론 이 법안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 법안 제안 의원들도 누차 강조한 사항이지만 지난 96년 유통시장 개방 이후 국내 중소 유통업체와 재래시장은 그야말로 쇠퇴일로를 걸어온 게 사실이다. 중소 슈퍼마켓의 지금 매출을 10년 전과 비교하면 20% 가까이 줄었고 재래시장은 그동안 8만여개가 공중 분해됐다.

그러나 문제는 중소 상인을 살리는 길이 과연 할인점 규제로 되는 것인가 하는 대목이다. 그다지 실효성이 있어 뵈지도 않고 형평성에 맞는 거 같지도 않다. 소비자들이 왜 재래시장 대신 할인점을 택하는 지부터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질좋고 값싼 제품, 다양한 선택권이 소비자가 원하는 바다.


우리나라 중소유통업의 고질적인 문제는 낮은 생산성에 낙후한 유통시스템이다. 국내 도소매업체 생산성은 제조업의 60%도 안 되고 일본이나 선진 유통업체와도 생산성이 30% 이상 차가 난다. 무엇이 먼저여야 할까. 중소유통업체의 체질 개선이 앞서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 jin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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