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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수사 어떻게 보십니까”,재계 “언급할 내용이 아니다”



지난 3일 오후 2시 인천공항, 중국 사업장을 둘러보기 위해 공항에 들어선 최태원 SK 회장은 ‘현대차그룹 수사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본보 기자의 질문에 “언급할 내용이 아니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지난달 27일 서울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가진 제19대 대한·서울상의회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현대차그룹 수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내용을 잘 모른다”고 밝힌 바 있다.

르노삼성 장 마리 위르티제 대표이사는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현대기아차의 비자금 수사가 자동차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삼성그룹 수사 당시 경제단체와 재계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 조기 수사종결 목소리를 낸 것과 달리 현대차그룹 수사에서는 ‘강건너 불구경’으로 일관하고 있다. 금융계 마당발로 알려진 김재록씨와 컨설팅을 맺었던 상당수의 대기업이 검찰의 수사 타깃이 되지 않을까 우려해 검찰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참여연대가 6일 38개 재벌 총수 일가의 ‘문제성 주식거래’에 대해 발표한 후 대부분의 기업이 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과 같은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해 언제든지 검찰의 수사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금까지 재계가 목소리를 낸 것은 지난 1일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5단체장을 부부 동반으로 초청한 오찬간담회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강신호 회장 언급이 유일하다.

강회장은 당시 “수사가 신속히 끝났으면 한다”고 건의했다. 이마저도 노대통령이 “청와대나 정부가 어떤 의도나 정보를 갖고 있지 않으므로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검찰도 국가 기관으로서 속도나 이런 부분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잘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면서 힘을 얻지 못했다.

재계가 이처럼 숨죽이는 것은 검찰의 일사천리식 수사방식과 미리 예정된 듯한 수사대상 확대도 한몫하고 있다.

재계는 일요일에 압수수색을 하고 압수수색과 함께 계열사 사장을 긴급 체포해 이튿날 구속한 후 수사 3일째에 그룹의 안방 살림을 맡은 기획총괄사장을 소환 조사한 검찰의 일사천리 수사는 물론 비자금 수사가 경영권 승계로 확대돼 정회장 부자를 타깃으로 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물론 검찰이 현대차그룹에 대한 수사 확대가 압수수색에서 새로운 내용이 나와 불가피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재계는 정몽구 회장 출국 이후 수사가 급진전된 것에 다른 배경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는 검찰의 수사 착수 직후 현대차가 납품단가를 내리는 등 정부의 상생의지에 역행하고 있어 수사의 발단이 됐다는 소문과 맥을 같이 한다.

때마침 참여연대가 문제성 주식거래를 발표하면서 검찰이 맘만 먹으면 제2, 제3의 현대차그룹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검찰이 현대차그룹에서 보여줬던 수사 스타일에 미뤄 경영권 승계과정에 대한 수사를 시작할 경우 대부분의 기업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다음 차례는 어디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재록과 컨설팅 계약을 맺었던 기업의 경우 김재록 게이트가 빌미가 돼 수사가 그룹 승계과정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김재록씨와 컨설팅 계약을 맺었고 이번 참여연대의 발표에서 대상에 오른 모그룹 관계자는 “비자금 조성 등의 기업 비리를 잡고 이를 통해 수사를 그룹 승계과정으로 확대한다면 자유로울 기업이 없을 것”이라며 “위법사항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도덕적으로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승계과정의 경우 그동안 법적으로 허술한 점이 많아 기업들이 이를 이용한 경향이 크다”며 “검찰은 도덕적 기준보다는 법적 잣대를 적용해 수사를 하고 당국은 앞으로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방향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njsub@fnnews.com 노종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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