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환율 급락에 중소 수출업체 26% 적자상태]환위험 무방비 노출…정부 뒷짐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4.09 14:41

수정 2014.11.06 07:58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중소수출기업들이 고사위기에 직면했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9일 재정경제부와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953.40원까지 하락하면서 950선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으며 원·엔 환율도 8년4개월 만에 100엔당 800원대로 떨어졌다. 원화 초강세상황이 지속되는 데도 외환당국은 아직까지 시장개입 등 적극적인 위기관리에 나서지 않고 있어 중소기업들의 적자수출과 이에 따른 위기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중소 수출기업 42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손익분기점 환율은 평균 1012원, 수출불가능 환율은 평균 928원으로 조사됐다. 현 상태라면 환율은 이미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져 적자수출 국면에 들어갔으며 조만간 수출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적자 수출 중소기업 갈수록 확산

환율이 급락하면서 수출 손익분기점에 직면했거나 적자 상태인 수출중소기업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원·달러 환율 960∼970원 수준에서 423개 조사대상 기업 중 26.0%가 이미 적자 상태에 직면해 있으며 54.6%가 손익분기점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흑자 상태에 있는 기업은 19.4%에 불과했다.

특히 달러로 결제하는 중소 수출기업의 경우 경상이익 적자 기업의 비율이 25.3%로 나타난데 비해 엔화로 결제하는 중소기업은 47.7%로 조사됐다. 이는 원·달러 환율에 비해 원·엔의 환율이 더욱 빠르게 하락하면서 엔화로 결제하는 중소 수출기업들의 환차손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종별로는 화학공업제품, 철강·금속제품, 섬유·의류제품의 경우 이미 적자 상태에 있다는 비율이 30%를 넘었으나 전기·전자제품, 기계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이는 전기·전자제품 및 기계류 수출 중소기업에 비해 나머지 업종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환율 하락이 지속될 경우 가장 큰 애로점은 가격경쟁력 약화로 나타났으며 소규모 중소기업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급락으로 중소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 될 것이란 응답이 88.1%를 차지했으며 종업원 규모별로는 20∼50인 미만, 50∼100인 미만 규모의 기업에서 가격경쟁력이 가장 취약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업종별로는 섬유, 의류 업종에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측됐다.

■중기, 환율급락 무방비에 정부도 ‘뒷짐’

대부분의 중소 수출기업들이 환위험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돼 있지만 환율 당국은 수수방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중소 수출기업중 현재 ‘환위험 관리’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은 17.5%에 불과했다. 반면 환위험을 전혀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은 40.7%였고 환위험 관리에 대해 알지 못하는 기업도 3.3%에 이르러 44.0% 정도가 원화 강세에 따른 환위험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중소기업은 환율 급락에 따른 정부 지원책으로 우선 수출금융 지원(30%)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그 뒤를 이어 수출중소기업에 대한 특례보증(25.5%), 환변동보험 확대(19.4%), 해외마케팅 지원(7.6%)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양현봉 연구위원은 “환율 급락에 따라 상당수의 수출기업들이 정부의 수출지원자금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정책자금 운용에 있어 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수출금융 및 수출기업에 대한 특례보증 확대, 환변동보험 가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중소 수출기업의 기술개발자금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엇보다 단기적으로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해 환율을 안정시켜 줄 것을 바라고 있으나 한국은행, 재경부 등 외환당국이 “원칙적으
로 시장의 흐름에 맡기겠다”며 시장개입을 꺼리고 있어 환율급락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들의 피해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hjkim@fnnews.com 김홍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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