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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너지 자원 현장을 찾아]황두열 석유공사 사장에 듣는다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4.09 14:41

수정 2014.11.06 07:58



우리나라가 산유국이자 석유수출국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현재 동해가스전에서 석유가 생산되고 있고 우리 기업들은 남미와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석유개발사업에 뛰어들어 상당한 양의 석유를 생산, 제3국으로 수출하고 있어 우리나라는 엄연한 ‘산유국’이다. ‘산유국’ 한국의 중심에는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부터 ‘석유공사호’를 이끌고 있는 황두열 사장은 9일 “취임 후 동남아시아로, 아프리카로 분주하게 뛰어다니면서 신규 석유개발사업 발굴에 온힘을 쏟아왔다”면서 “앞으로 10년 뒤인 2015년에 매출 5조5000억원, 매장량 20억배럴, 하루 생산량 38만배럴 등의 역량을 갖춘 메이저 석유업체로 만든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68년부터 SK(옛 유공)에서만 40년 가까이 일하며 부회장까지 지낸 ‘원조 석유맨’으로 ‘석유시장’을 그 누구보다 잘 알지만 지난 5개월여 동안 여섯차례에 걸쳐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등지의 10여개국을 방문하는 등 정부의 자원외교 활동과 연계해 석유개발 현장을 둘러봤다.

황사장은 “미개척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역점을 뒀고 나름대로 성과를 올렸다”면서 “무엇보다 국가간의 석유 확보 전쟁에서 국영석유회사의 역할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그를 만나 공기업 사장으로서 석유개발에 대해 갖고 있는 속내를 들어봤다.

<대담 박희준 정치경제부장>

―공사 사장으로 온 지 5개월이 지났다. 그간 내부 수술을 단행했는데 민간기업 경험이 도움이 됐나.

▲자원의 효율적인 투입과 산출을 통한 최상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공사도 민간기업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우수한 시스템은 더욱 발전시키는 한편, 혁신이 필요한 부분은 고강도 개혁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뒀다. 조직을 ‘관리형’에서 ‘사업형’으로 전면 개편했고 내부 인력시장제도를 가동해 능력과 역량 중심의 인사를 단행했다. 능력있는 하위 실무직원이 간부직으로 발탁된 사례도 있고 팀장급 이상 20명은 거꾸로 팀원이 됐다. 유사중복업무를 통합해 업무처리 단계를 축소(5단계→3단계)했고 102개였던 팀 조직 역시 85개로 대폭 줄였다.

―나이지리아와 알제리 등지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데.

▲아프리카는 해외 자원개발의 마지막 보고다. 공사는 지난 3월 초 예상매장량 20억배럴의 나이지리아 해상 2개 광구에 대한 생산물분배계약을 체결, 아프리카 진출 거점을 마련했다. 이곳은 메이저급들이 대거 입찰을 추진할 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다. 이웃에 석유메이저인 엑손모빌이 운영중인 대형 광구(총 16억배럴)가 있을 뿐 아니라 기초기술평가에서 다수의 석유 부존 가능구조를 확인했다. 올해 안에 물리탐사 등 세부기술평가를 한 뒤 2009년까지 탐사시추를 할 계획이다. 탐사에 성공하면 2014년쯤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알제리에서는 국제공동비축 규모를 200만배럴에서 600만배럴로 늘리기로 했다. 공동비축유에 대한 우선구매권을 보유함에 따라 위기 대응능력을 높였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향후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투자는 어떻게 진행되나.

▲앞으로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를 거점으로 베냉 등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다수의 추가 탐사 및 개발광구 참여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나이지리아 사업은 플랜트 건설과 연계한 새로운 방식의 해외자원개발사업 확보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향후 입체적인 에너지·자원개발사업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에너지산업 해외진출협의회가 출범함으로써 더욱 활발한 자원개발사업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유전을 개발하기로 했는데.

▲이미 아랄해 탐사사업에 국제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참여중이고 최근 추가 2개 광구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확보했다. 아랄해 사업은 상반기 중으로 광권계약을 맺을 예정이고 나머지는 6개월간의 평가작업을 거쳐 유망성이 있을 경우 연말쯤 계약할 것이다. 우즈벡은 하루 원유생산량이 13만배럴, 가스 54억입방피트에 이르는 중견 산유국이지만 아직 선진국의 참여가 적다. 지금까지는 자국의 국영석유회사가 거의 독점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국 석유사의 공동참여와 광구 분양을 확대하고 있다. 가스 및 원유 발견 유망성이 높고 특히 약 25만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어 정치·문화적으로 한국과 매우 가깝다. 덕분에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 사업 여건이 유리하다.

―자원보유라는 점에서 중앙아시아를 어떻게 평가하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이 포함된 중앙아시아는 육·해상의 원유 확인매장량이 약 480억배럴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외근에는 중동 정세불안과 유가 급등 등으로 세계 각국의 신규 매장량 확보 노력이 진행되면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카자흐스탄과 아제르바이잔에 주목하고 있다. 카스피해 지역의 물류 중심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데다 원유부존량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유공급 다변화 차원에서 에너지·자원분야의 전략적인 협력관계 구축이 필요하다. 공사도 이같은 점을 감안해 핵심 전략지역으로 선정했다.

―카자흐스탄은 자원부국으로 알려져 있는데 공사의 진출은 어떻게 되나.

▲카자흐스탄은 원유생산량이 하루 120만배럴을 넘고 매장량이 최대 290억배럴로 평가되는 원유 대국이다. 카스피해의 석유개발 ‘붐’을 이끌고 있다. 석유생산량이 지난 98년 이후 매년 15% 이상 늘어나고 있는데 2010년까지 하루 230만배럴로 증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공사는 2002년부터 카자흐스탄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참여 혹은 협상중인 사업은 3개로 육상 ‘아다’ 광구는 계약 체결 후 탐사작업 중이고 카스피해 ‘잠빌’광구 및 육상 ‘주반탐’ 개발·탐사광구는 최종 협상 단계다. 잠빌 광구는 매장량이 16억6000만배럴로 추정되는데 한국의 카스피해 첫 진출 사업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프로젝트다.

―앞으로 자원개발은 어느 지역에 초점을 두나.

▲공사는 오는 2015년까지 매장량 20억배럴 확보, 매출액 50억달러를 달성해 세계 50위권의 석유회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6대 전략 거점지역을 육성할 계획이다. 나이지리아 등을 중심으로 한 서아프리카, 베트남 등 현재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동남아, 신중동으로 불리는 카스피해 등과 함게 동북아, 중동, 미주 등지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중인다. 유가전망을 하자면.

▲올해 유가는 연초 이란 핵문제와 나이지리아의 공급 차질 등이 이어지면서 현재 두바이유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섰다. 개발도상국의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세계 석유 공급능력은 부족하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한 산유국의 고유가 정책도 한몫 하고 있다. 당분간은 고유가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두바이유의 경우 올해 55∼60달러로 예상하지만 중장기적으로 40∼50달러선으로 조금 낮은 수준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비축유 구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정부는 배럴당 41달러를 구입가격으로 책정해놓고 있지만 현재 유가는 이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유전개발 등 본연의 업무 이외에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은.

▲오는 2013년까지 자주개발률 18% 달성을 위해 당분간은 역량을 석유개발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그러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신규사업 추진을 장기 전략과제로 설정해뒀다.
신규사업 분야로는 가스하이드레이트, 천연액화기술(GTL), 오일샌드 개발사업 등이 손에 꼽힌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석유정제업 진출은 현실적인 제약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해외석유개발사업 추진과 연계해 산유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이를 검토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정리=윤경현기자 blue73@fnnews.com

■황두열 석유공사 사장

◇약력 △63세 △울산 △부산상고 △부산대 경영학과 △1968년 유공 입사 △92년 유공 상무 △96년 유공 전무 △98년 SK 석유사업부문장(부사장), SK에너지판매 사장 △2001년 SK 부회장 △2002년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2004년 SK 상임고문 △2005년 한국석유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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