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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특별기획 어머니는 힘이 세다]“아들 방에 세계지도 국제무대 진출 넓은 꿈 키워”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4.12 14:41

수정 2014.11.06 07:47




■아이의 방에 세계지도를 걸어라

형주를 난생 처음 바다로 데려갔던 여덟살 무렵 김민호씨(46)는 아들의 방에 큼지막한 세계지도를 걸었다. 천장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벽지로 도배하고 책상 위에는 둥그런 지구본을 올려놓았다. 그러면서 김씨는 “형주야, 이 세상은 굉장히 넓단다. 이제부터는 세계를 네 품에 안고 꿈을 키워봐. 지구본과 세계지도를 보면서 살면 네 생각의 폭과 크기도 달라질 거야”라고 속삭였다.

김씨는 그때 아들이 자신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여덟살짜리 아들이 엄마의 의중을 정확하게 읽을 순 없었겠지만 형주의 방을 온통 세계지도로 도배한 그때 그 일은 세계를 무대로 꿈을 키워가고 있는 형주의 미래를 예견하는 하나의 사건이었는지도 모른다.


형주는 중학교 과정인 서울 정동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미국 뉴욕으로 날아갔다. 김씨는 너무 어린 나이에 유학을 보내는 것이 좀 두렵기도 했지만 오히려 형주의 뜻이 너무나도 강건했다. 형주는 일반 고등학교인 뉴욕 라클랜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줄리아드 음대 예비학교에 입학해 성악을 공부했다. 형주를 새로운 장르인 팝페라의 세계로 인도한 정신적인 스승 웬디 호프먼(메트로폴리탄오페라단 프리마돈나)과 얼 바이(루치아노 파바로티 수석 반주자)를 만난 것도 바로 그곳 뉴욕에서였다.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유학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훌륭한 스승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정통 성악을 하던 형주가 팝페라로 방향을 선회하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꼭 유학을 보내지 않더라도 우리 아이들을 세계인으로 키워야 한다는 거대한 꿈을 가질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인생은 나홀로 뛰는 마라톤이다

김씨는 어릴 때부터 아들과 함께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젖먹이 시절부터 자기방을 따로 만들어 재웠던 것은 독립심을 키워주기 위해서였다고 김씨는 말했다.

“어차피 인생이란 홀로 가는 것, 독립심이야말로 최고의 선물이자 평생의 유산이란 믿음 아래 엄마로서는 꽤나 냉정하게 아이를 키운 편입니다. 홀로서기와 따로서기, 이 둘이야말로 제가 가장 중점을 둔 육아 교육법이었지요.”

김씨는 또 ‘네 인생의 주인은 바로 너 자신’이라는 사실을 일러주기 위해 되도록이면 아들의 선택과 결정에 간섭하거나 참견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들과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조율하되 최종 결정은 아이에게 맡겼다. 그리고 끊임없이 ‘나와 너는 타인’이라는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애썼다.

미국 뉴욕으로 홀로 유학을 보낸 것도 김씨의 이런 생각의 연장선이었다. 형주는 뉴욕에 도착해 머물 집을 구하고 레슨 선생님을 찾고 줄리아드에 원서를 내는 일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의 힘으로 해냈다.

“10대 후반의 어린 나이에 뉴욕에서 혼자 유학생활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형주는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어요.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곧 팬들을 위한 소식지를 만들고 몇년 뒤엔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저널을 창간하고 싶습니다.
올해는 일본과 미국 투어 콘서트가 예정돼 있는데 저의 음악을 한국인뿐 아니라 전세계인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며 원대한 포부를 밝히는 스무살 아들을 쳐다보며 김씨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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