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시중자금 철새현상 심하다]골프회원권·미술품도 급등…거품 붕괴땐 대재앙

김대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4.12 14:41

수정 2014.11.06 07:46



경기도 용인 민속촌 옆에 자리한 남부CC. 나지막한 산자락에 둘러싸인 이 곳은 국내 최고의 명문골프장이다. 불과 1년 전 7억원 대에서 거래되던 이 곳 회원권값은 2배 이상 올라 현재 15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법인회원권 값은 무려 30억원이다. 남촌CC나 이스트밸리CC 등 다른 명문골프장의 사정도 비슷하다.

한국 근대회화의 선구자 김환기 화백이 그린 1955년 작 ‘산월(山月)’. 이 작품은 지난 2002년 경매에서 8200만원에 낙찰됐다가 지난해에는 2배 가까이 오른 1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어 지난 2월 서울옥션이 실시한 경매에서는 3억8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날 박수근 화백의 1960년대 작품 ‘시장의 여인들’은 근현대미술품 최고가인 9억1000만원에 팔렸다.

골프장, 미술품, 아파트, 토지, 기업 등 동산(動山)·부동산을 가리지 않고 하루가 다르게 자산가격이 뛰고 있다. 경기가 여전히 밑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자산버블만 급속하게 형성돼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같은 현상의 주범은 바로 500조원이 넘는 부동자금에 있다.

■부동산거품 결국 양국화만 초래

시중 부동자금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파트 값을 끌어올렸다. 강남 아파트값은 8·31 부동산대책과 3·30 대책에도 불구하고 평당 30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지난 2003년 11월 평당 2000만원에서 2년여 만에 벌어진 현상이다. 특히 서울 강남구 개포동(3685만원), 압구정동(3495만원), 대치동(3345만원) 등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가격이 뛰어올랐다.

유엔이 최근 발표한 ‘2006년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사회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1년 동안 평균 20%대의 부동산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동산 값이 하락한 일본(-4.7%)은 물론이고 중국(6.6%), 싱가포르(3.3%), 호주(1.0%) 등과도 대비된다. 문제는 거품은 반드시 붕괴된다는 점. 일본은 지난 90년 초 거품이 붕괴되면서 집값은 최고치의 40%, 상업용지는 20%선까지 폭락했다. 잃어버린 10년의 출발점이었다. 한국 역시 내수위축-경기침체 심화-부동산가격 폭락의 악순환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많다.

■증시 유동성 바탕 ‘묻지마 투자’ 재발

과거보다 변동성이 줄었지만 주식시장의 투자행태도 문제다. 넘쳐나는 자금을 바탕으로 한 ‘묻지마’식 투자가 여전하기 때문. 특히 기업의 실적보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루머와 투기성 자금에 의해 주가가 출렁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본잠식으로 퇴출 위기에 몰렸던 소프트웨어업체 오토윈테크가 한류스타 배용준씨가 대주주로 참여했다는 이유로 열흘 가까이 상한가 행진을 벌여 시가총액이 2979억원으로 불어났다. 텐트수출업체 반포텍 역시 스타 장동건을 내세워 12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벌여 1만2000원대까지 급등했지만 결국 7000원대로 급락, 투자피해가 컸다. 또 ‘주식회사 이영애’ 파문을 일으켰던 뉴보텍도 한때 2만3000원대였던 주가가 6000원대로 추락했다.

대우증권 신동민 애널리스트는 “실적없이 단순히 연예인이 지분참여 했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올해 1·4분기 실적발표 후 상당수 엔터테인먼트주의 거품이 빠지면서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자금이 밀물처럼 들어와 주가를 띄워놓고는 차익을 챙긴 후 썰물처럼 사라지는 투자행태가 증시의 신뢰도를 저해한다고 우려한다.

■골프회원권, 미술품에도 거품

고수익을 찾아 철새처럼 떠도는 돈은 동산, 부동산등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골프장 회원권, 미술품은 훌륭한 먹잇감이다. 지난해 경기도 73개 골프장의 가격상승률은 평균 11.4%로 나타났다. 특히 5억원 이상의 초고가 15개 회원권은 평균 25%나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8·31대책 이후 시중 부동자금이 넘쳐나면서 재산세 등 보유세가 없는 골프장 회원권을 재테크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미술시장 역시 양도세와 상속세가 없다는 이유로 자금이 몰려 국내시장뿐 아니라 해외경매와 국제아트페어를 통해 고가미술품이 거래된다. 금융권 역시 이런 여윳돈을 끌어모으기 위해 자문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리은행 PB사업단 김은정 과장은 “지난해 12월부터 프라이빗뱅킹(PB)상담 항목에 보험, 부동산 외에 ‘미술품 투자자문’을 추가했다”며 “그림값은 주식시세의 흐름과 별 상관없이 꾸준히 가격이 오르는 자산의 한 형태로 자리잡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서울옥션의 미술품 경매 낙찰률 증가추이를 보면 지난 99년 17.56%였던 것이 지난해 말엔 62.65%까지 올라 열기를 실감케 했다.

부동자금의 폐해는 심각하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을 뿐 아니라 사회·정치적으로도 양극화를 부추기고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주범이다.

이에 따라 부동자금을 생산자금화하는 방안과 아울러 부동자금의 길목을 미리 차단하는 정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연금시장과 장기채권 시장을 발전시켜 자금이 단기부동화 하는 현상을 막아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 godnsory@fnnews.com 김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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