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2003년 외환銀 매각 당시 상황은…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4.14 14:42

수정 2014.11.06 07:36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에 대한 시비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의 적정성 여부에서 재경부 등 당시 관계자의 권한 행사가 적정했는 지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감사원은 14일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BIS 비율 축소 보고 등이 절차상 잘못이라면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론스타에 매각을 결정한 행정행위는 더 큰 문제인 것으로 판단하고 매각결정 과정에 관여한 재경부 등 당국자에 대해 조사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03년 당시 상황을 고려했을 때 6%대의 BIS 비율 추정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입장도 대두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날 금융업계에 따르면 당시 경제 전반 및 외환은행의 상황을 감안했을 때 지난 2003년 6월 기준 9.14%로 산정됐던 외환은행의 BIS 비율이 2003년 말에 6.16%로 떨어질 수 있다는 추측이 반드시 조작이 개입되지 않아도 가능한 일이라는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 나왔다.

한국투자증권 이준재 애널리스트는 “당시 외환은행은 대규모 자본 확충이 필요했다”며 “특히 카드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던 데다 출자전환한 기업 가치에 큰변동이 있어 연말 기준으로 1조7000억원의 충당금이 필요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가설이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외환카드는 대손충당금이 갑작스럽게 늘어나는 계기를 제공한 것으로 증언되고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2003년 7월이면 LG카드의 유동성 위기가 시장에서 슬슬 흘러 나오던 시점”이라며 “시장에선 외환카드를 시작으로 외환은행, 국내은행, 은행권 전체로 부실이 전가되면서 제2의 금융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고 말했다.

재경부도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는 게 유일한 대안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2003년 매각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을 맡았던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는 “외환은행이 당시 우량은행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감독당국에서 BIS 비율을 4, 5%라고 발표하면 예금인출 사태 등으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하게 되는 상황”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또 “그해 10월에 자본이 유치되고 공교롭게도 11월에 LG카드 사태가 발생했다”며 “만일 그때 자본유치가 안 됐다면 외환카드도 부도가 나고 그 것 때문에 외환은행도 어려워지면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위기가 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석동(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 재경부 차관보 역시 “당시 일부 대기업이 예금인출에 나서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외환은행의 자본확충이 절실한 형편이었음을 강조했다.

매각 결정을 몇 개월 앞둔 지난 2003년 4월에 재경부, 금감위, 한국은행이 참석해 열린 금융정책협의회 회의 자료를 보면 재경부는 “SK글로벌 분식회계 발표 이후 금융시장 불안이 증대되는 가운데 신용카드사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확대됨에 따라 카드채편입 투신사 펀드에 대한 환매요구가 증가하고 신용카드사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용카드사의 건전성, 유동성 문제가 지속되면 금융시장 불안이 가속화되고 향후 우리 경제 운영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인식했다.
이같은 금정협 회의는 당시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한 상황이었다는 변대표나 김차관보의 주장을 어느 정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의 표적이 되고 있는 재경부 역시 외환은행 매각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불법비리가 확인되지 않는 한 잘못된 정책판단이었다는 결과에 머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당시 경제 상황에서 정부는 외환은행뿐 아니라 여러 금융기관의 독자 생존이 쉽지 않은 것으로 관측하고 지분매각을 추진하는 양상”이었다며 “몇년이 지나서 잘못된 정책판단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 것만으로 처벌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jjack3@fnnews.com 조창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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