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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축유 확보 비상…1억4950만 배럴 111일치 남아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4.18 14:42

수정 2014.11.06 07:23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비축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와 유관 공기업은 이달 말이나 오는 5월 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란에 대한 제재 조치를 하면 원유 수급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내다보고 비축유 확보 등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그러나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이 봉쇄해 석유 수급 차질이 생기고 가격이 급등할 경우 최후의 방패막이가 될 비축유 확보는 유가가 계속 뛰고 있어 말만큼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원유 비축량은 지난 2월 말 현재 정부 비축유(7250만배럴)와 민간 비축유(7700만배럴) 등 모두 1억4950만배럴. 이는 국내 소비량의 111일치에 해당한다.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시기를 봐가면서 비축 물량을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석유공사는 지난달 노무현 대통령 순방 때 알제리와 맺은 200만배럴을 비롯해 모두 2000만배럴의 우선구매권을 확보했고 석유 비축시설 제공 등의 방법으로 비축 물량 확대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빠듯한 자금 사정이다. 정부는 올해 연평균 유가(두바이유 기준)를 배럴당 53달러로 예측했다. 이를 바탕으로 비축유 도입단가를 41달러로 책정해 비축유 예산으로 1224억원을 잡아놨다.

그러나 18일 현재 유가는 정부 예상치를 훌쩍 뛰어 넘었다. 정부는 올해 이 돈으로 300만배럴을 사들일 예정이었으나 현재의 가격 추세로 본다면 이만한 물량을 사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박세현 석유공사 국제사업팀장은 “지난해 구입한 30만배럴 가운데 1월에 경유 5만배럴이 들어왔고 5월에는 휘발유가 25만배럴이 추가로 들어올 예정”이라면서 “당초 올해 비축유 300만배럴(원유 기준)을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가격이 급등해 시장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의 고위 관계자는 “현재 유가는 비정상적이지만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 경우 비축유를 들여오는 돈은 한정돼 있어 비축유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급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정부와 협의를 거쳐 추경예산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부는 연내 거제비축기지 추가 증설을 통해 총비축 능력을 현재 1억1600만배럴에서 1억2300만배럴로 확충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진현 산자부 석유산업과장은 “일부에서는 하반기부터 유가가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면서 “당장 비축유를 직접 구매하지 못한다해도 산유국 물량 유치 등 여러가지 방안을 통해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한과장은 그러나 “당장 급하다고 해서 추경예산을 받아 비축유를 산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비축유 구입은 에너지 특별회계에 의한 것으로 특성상 별도의 세입원이 있어야 가능한 데다 비축유 구입을 위해 다른 사업을 축소(또는 연기)할 수도 없는 상황 아니냐”고 반문했다.

/ blue73@fnnews.com 윤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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