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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람 봄처녀 속마음처럼 향긋하다



368개나 되는 제주도 기생화산의 일종인 ‘오름’에선 몰아치는 듯 하면서 부드럽게 다가오는 제주의 봄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오름 꼭대기에서 부는 제주 봄바람은 유채꽃을 한 아름 안은 봄 처녀의 속마음처럼 향긋하다. 특히 이맘때면 부드러운 봄내를 담은 향긋한 바람이 온몸을 휘감아 상큼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제주 바람이 한번 세차게 몰아치기라도 하면 가녀린 아가씨들은 옆 사람 옷소매를 붙잡지 않으면 몸을 제대로 지탱하기조차 힘든다. 바람에 퍼덕이는 옷자락 소리가 날개 치듯 요란스러워 마치 공중으로 날아가 버릴 것만 같다.

제주 봄바람은 심하면 나뭇가지가 부러질 듯 거세지만, 평온할 때는 잠자는 아가의 숨소리처럼 쌔근쌔근하다. 그 변화무쌍함이 마치 오래전부터 제주에서 터줏대감처럼 살고 있다는 여신들의 변덕스런 마음 같다.

불현듯 찾아오는 제주의 강풍은 매캐한 황사보다도 관광객들을 더 놀라게 한다. 올 봄엔 강풍주의보가 수차례 내려져 비행기의 이착륙을 막기도 했다.

그래도 제주 바람은 돌, 여자와 함께 여전히 화산섬에서 자주 접하는 친근함의 대명사다.

오름 정상에서 만난 바람이 원시풍이라면 청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은 제주 바다에서 만난 바람은 낭만풍이다.

특히 시원한 바닷바람이 부는 남제주의 바닷가 해안절벽 위에 있는 드라마 ‘올인’ 세트장과 하얏트 호텔은 연인이 서로 꼭 부둥켜안고서 미래를 약속하기에 좋은 곳이다. 인근에는 결혼식·언약식을 올릴 수 있는 성당이 주상절리 위에 자리 잡고 있어, 연인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시야가 탁 트인 제주의 들판과 도로에서도 다양한 이동수단과 함께 제주의 바람들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선 ‘바람 따라 해안선을 내달리면 이내 처음 있던 곳으로 돌아온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렌트카를 타고 차창을 열고서 해안선을 따라 제주를 한 바퀴를 돌기라도 하면 이곳저곳에서 바람의 흔적을 접하게 된다.

제주 조랑말이라도 얻어 타고 들판을 내달리면 말갈기를 스치는 들바람이 콧잔등을 간질거려 기분이 야릇해진다. 자전거를 타고 섬 위 해변도로를 질주해도 색다른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제주 바람은 단순히 관광객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제주 풍력발전 마을인 행원리에서는 푸른 초원위에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등대 높이의 풍력발전기들이 도민들에게 풍부한 전기를 공급한다. 인적이 드문 해변가에서 외롭게 돌고 있는 풍력발전기들은 제주를 찾은 이들에게 이색적인 풍경을 제공한다.

오는 7월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특별자치제가 시작되는 제주도에는 최근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특별자치도’를 이끌 새로운 도지사를 뽑기 위한 선거바람도 함께 일고 있다. 국제적인 ‘허브(hub) 섬’으로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제주에 새로운 도약의 신바람이 몰아치길 기원해본다.

문화관광부·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참 좋은 여행5선'에 꼽힌 '제주 비경 발품여행'은 제주의 봄바람을 실껏 느끼게 해준다. 이 여행 프로그램에선 제주도에서만 접하는 '오름' '돌하르방' '주상절리 앞 망망대해' 등을 맘껏 즐길 수 있다. 또 승마체험, 몽골인 마상 쇼 등도 함께 체험할 수 있어 흥미를 더한다.

특히 '하얏트 호텔 점심식사'와 드라마 '올인' 촬영지 체험은 연인들에게 맞춘 테마여행이다. 두 곳은 모두 주상절리가 멋진 바닷가에 자리잡아 뛰어난 풍경을 자랑한다. 제주의 최고급 호텔인 하얏트에선 저렴한 고등어 조림 점심을 먹고 호텔 내 웨딩채플(사진)과 환상적인 비치를 경험할 수 있다.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올인' 코스는 한류 열풍과 함께 일본인 관광객 등이 자주 찾는 명소로 꼽히고 있다. 이곳 세트장은 3년전 태풍에 파손된 후 보수에 들어가 지난해 6월 재개장했다. 다시 문을 연 이후 올인 세트장에는 내국인 6만여명, 외국인 4만여명이 다녀갔다.

제주 문화체험도 가능해, 성읍민속마을에서 토종돼지 요리를 먹으면서 주인장이 알려주는 제주방언을 배워볼 수도 있다. 아울러 북촌 돌하르방 공원에선 하르방 탁본체험도 가능하다. 제주 발품여행은 투어버스 여행(www.tbus.co.kr)에서 주중 출발하며 성인 24만원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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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김경수기자 rainman@fnnews.com

■사진설명=대표적인 제주 기생화산 중 하나인 '용눈이오름'에 오르면 확 트인 북제주군 종달리 들판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이 가녀린 처녀의 옷자락을 뒤흔든다. (위) 바람·여자·돌이 많아서 제주를 삼다도(三多島)라고 했던가. 봄바람에 실려 오는 유채꽃 향기를 맡으며 해변을 거니는 아낙네의 모습이 한 폭의 수채화 같다. (가운데) 송혜교와 이병헌이 드라마 '올인'에서 사랑을 약속하던 남제주 성산읍의 주상절리 위에 자리잡은 성당 앞에는 자전거하이킹에 좋은 해변 도로가 끝없이 펼쳐진다.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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