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코 앞에 닥친 ‘더블 딥’/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4.19 14:42

수정 2014.11.06 07:20



경기에 대한 더블 딥(Double Deep) 논란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이던 경제가 최근 다시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직 경제를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더블 딥’이라는 용어가 나올 만큼 경제 여건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상 더블 딥은 경기가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 회복 국면에 들어선 지 얼마 안돼 다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때의 하락은 일시적인 경기 둔화 정도가 아니라 적어도 2분기 이상 지속되는 경기 침체여야 한다. 미국은 역사상 한 차례 더블 딥을 경험했다.
지난 80년 7월부터 미국 경제는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 상승 국면에 들어섰지만 이듬해 7월을 정점으로 다시 경기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오일쇼크의 영향이 컸던 이 경기 침체기는 1년 이상 지속됐고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 통계청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된 더블 딥은 없었지만 최근에 다시 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는 일단 회복 국면에 들어서면 어느 정도 지속성을 갖는 게 보통이다. 향후 매출 증대를 예상해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나고 이것은 다시 소비와 고용의 증가를 가져와 경기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경기가 과열돼 물가와 금리의 상승, 과잉투자 등 경기 확장의 후유증이 나타날 때까지 경기 상승은 지속되는 것이다.

따라서 더블 딥은 매우 이례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 이 용어가 자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지난 2000년대에 들어서 우리 경제의 실망스런 성적표를 원인으로 들 수 있다. 2002년의 가계신용 버블이나 2004년의 수출 호황 덕분에 일시 경기가 호전되고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지만 그 때마다 얼마 가지 못해 침체에 빠지곤 했다. 이번에 경기가 침체된다면 이중 침체가 아니라 삼중, 사중 침체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 수도 있다.

올해도 5% 내외의 성장을 예상한 연구기관들이 많았고 실제로 1·4분기 성장률은 6%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는 소비 회복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가파르게 상승하던 소비자 기대지수가 3개월 연속 둔화돼 앞으로 소비 회복이 지속될 것인지 불투명해지고 있다. 지난 2∼3년 극심했던 소비 부진에서 일단 탈출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본격적인 회복을 이끌 만큼 가계의 구매력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연초부터 심화되고 있는 대외 여건의 악화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 중반까지 하락하는가 하면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70달러 선에 육박하고 있다. 이란의 핵 개발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이어서 유가나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추가적인 유가 상승이나 원화 절상은 수출뿐 아니라 내수에도 큰 타격을 주기 때문에 더블 딥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는 더블 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경기 회복을 공고히 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상반기 성장률이 높게 나온다고 방심하다가는 경기 회복의 모멘텀을 다시 놓칠 수 있다. 다른 통화에 비해 ‘나 홀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환율 안정을 위해 종합대책을 세워야 한다. 앞으로 추가적인 달러 약세나 위안화 절상 등 원화 절상 요인이 많다는 점에서 환율 안정을 위해 종합적인 대책이 더욱더 필요하다.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환율이 절상되는 상황에서 금리마저 올린다면 지나친 긴축정책이 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도 실물경제가 어느 정도 뒷받침될 때 가능한 얘기이다.

정부가 최대 국정과제로 양극화 해소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번에 다시 경기가 침체된다면 양극화 문제도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 침체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사람들은 바로 저소득층이기 때문이다. 참여정부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기간에 가장 주력해야 할 과제는 탄탄한 경기 회복세를 유지하는 일이다.
그렇게 화려해 보이지는 않겠지만 가장 절실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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