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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매니페스토 운동 변질되나/최승철기자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막 도입된 ‘매니페스토’ 운동이 초장부터 변질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매니페스토는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선거공약을 제시하도록 해 정책선거를 유도하자는 운동이다. 표심을 먹고 사는 여야 정치권은 매니페스토 선거운동에 누구보다 앞장서겠다고 앞다퉈 공언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매니페스토 정책선거실천협약’까지 맺었다.

매니페스토는 이번 선거의 최대 화두처럼 됐다. 그러나 막상 지방선거에 뛰어든 여야 정치인들의 행동은 딴판이다. 매니페스토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또다른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마저 보인다. 매니페스토 정신에 정면 배치되는 행위마저 버젓이 저질러지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와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그 예다.

강후보는 ‘보라색’을, 오후보는 ‘녹색’을 내세워 이미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모두 내용보다는 포장으로 유권자에게 접근하는 ‘이벤트’ 선거에 몰두하는 모습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극적인 이벤트나 이미지로 유권자의 시선을 끌려는 구태의연한 행태다. 정책선거 실현을 위해 첫발을 내디딘 매니페스토 운동마저 ‘또하나의 이벤트’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두 거대 정당은 매니페스토의 실천을 약속했고 또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매니페스토 정책선거추진본부’가 25일 “폭로 정치와 이미지를 앞세운 감성 정치에 우려를 표시한다”는 긴급 성명까지 발표한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고 하겠다. 지방선거 후보자에 대한 매니페스토 평가 결과를 선거일 전에 공개하려던 시민단체의 계획이 차질 없이 실현될지 의문이다.

/ rock@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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