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중남미,친구로 만들어야/김신종 산업자원부 에너지자원 정책본부장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7.02 15:15

수정 2014.11.06 03:38



몇 년 전 ‘애니캥(henequen)’이라는 영화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일본에 의해 을사늑약이 강제로 맺어지던 1905년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애니캥 농장의 인부로 가서 노예처럼 시달려야 했던 우리 조상들의 억울하고도 슬픈 사연을 그린 영화다.

그러나 중남미 진출을 시작하여 10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헐벗고 굶주렸던 우리 조상들의 얘기는 어느덧 뒷전이 되었다. 이젠 우리가 중남미에 고급 첨단제품을 수출하고 그들은 우리에게 천연자원을 파는 구조로 역전되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최근 호황을 보이고 있는 중남미 경제의 잠재력은 어디에 있을까. 라틴아메리카는 사실 자원의 보고다. 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과 대미수출 증가 등으로 원자재 수요가 늘어나고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자재의 주요 공급원인 중남미 경제도 활황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철, 구리 등 막대한 양의 원자재를 중남미에서 수입하고 있고 중산층용 쇠고기와 가축사료의 수입도 급격히 늘고 있다. 결국 막대한 지하자원과 풍부한 식량자원이 중남미 경제성장의 밑거름이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양국간 자원협력위원회를 개최한 아르헨티나와 멕시코만 해도 그렇다. 아르헨티나는 라틴 아메리카 내에서 가스생산 1위, 원유생산 4위국이고 안데스산맥 부근에 대규모 금속광상(金屬鑛床)을 개발하고 있다. 멕시코는 세계 5위의 석유 생산국이고 자원 잠재 매장량 평가에서도 세계 7위를 기록하는 등 자원개발 잠재력이 매우 큰 나라다.

그러나 중남미 시장에 대해 걱정하는 분위기도 있다. 우선 천연자원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산업구조가 문제다. 아직까지 중남미 각국은 원자재 수출 일변도의 산업구조를 다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또 볼리비아의 가스산업 국유화 선언에서 보듯이 자원을 국유화하려는 중남미 일부 국가들의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은 경제성장과 함께 차별과 빈곤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이다. 다만,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마저 뒤흔들지는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좌파 지도자들의 등장 이후 잠시 주춤했던 투자자들의 발길이 다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렇게 기회와 위기의 땅인 중남미에 대한 원활한 진출을 위해서는 그들 국가와의 관계를 미리 탄탄히 다져놓는 노력이 기업, 정부 구분할 것 없이 필요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11월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 남미 3개국을 순방한데 이어 2005년 9월 멕시코, 코스타리카 등 중미 2개국을 방문했다.

이는 한국과 중남미간 경제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귀중한 모멘텀이 됐다. 산업자원부는 중남미 지역 자원개발에 관심이 많은 기업인을 중심으로 23명의 민·관합동 자원협력 대표단을 파견, 아르헨티나, 멕시코와의 자원협력이 더욱 더 구체화되고 있다.

중남미는 우리와 지구 반대편, 비행기로 많은 시간이 걸리는 고달픈 곳에 있지만 중동은 이미 선진국들이 다 선점했고 남은 곳은 아프리카와 중남미뿐이다.
여기도 일본이 상당한 기반을 닦아 놓았으며 중국도 최근 본격 진출하고 있다. 조금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이 지역을 그냥 내버려 두고 수수방관만 할 것인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적극 진출할 필요가 있다.


중동, 동남아, 아프리카뿐 아니라 중남미를 에너지·자원협력의 파트너로서 새롭게 보고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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