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생보사 상장의 순리/류근옥 서울산업대 경영학과 교수

박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7.11 15:16

수정 2014.11.06 03:05



정부가 생보사의 기업 공개 및 상장 문제를 마무리하려는 의지로 올해 초 구성한 상장자문위는 조만간 합리적인 상장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최근 성급한 일부 세미나에서는 논리적인 해법 제시보다는 종래의 감정적 발언을 여전히 반복하고 있다. 오늘날의 선진 시각으로 볼 때 과거 관치금융 시대에 생보사의 경영 실태가 정상적이지 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이는 앞으로 글로벌 수준에 맞게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근본적으로 짚어보아야 할 중요 쟁점은 국내 생보사가 주식회사에서 변질된 상호회사라는 주장에 대한 타당성 여부다. 왜냐하면 국내 생보사가 주식회사이면 상장시 유보 이익을 주식으로 보험계약자에게 나누어 줄 필요가 없지만 상호회사로 변질되었다면 기업 공개를 위해 우선 온전한 주식회사로 전환해야 하고 상장시 보험계약자에게 주식을 나누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생보사가 상호회사라는 일각의 주장은 국내 생보사들이 과거 오랫동안 유배당 상품을 판매하면서 경영 위험을 계약자에게 전가하였고 또한 주주가 필요시 자본 증자를 소홀히 한 채 계약자들에게는 배당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소비자의 이익을 대변해 주는 매우 정의로운 주장 같지만 선진국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논리의 비약이다. 우선 생보사가 유배당 상품을 판매하였기 때문에 상호회사적 성격을 갖는다는 견해는 전혀 옳지 않다. 미국 및 캐나다 등에서도 주식회사이면서 유배당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얼마든지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판매상품과 보험료 수준은 시장에서 경쟁 전략의 일환으로 고려되는 것이지 회사의 법적 형태와는 무관하다는 방증이다. 요즘 은행별로 예금 이자가 조금씩 다른 데 한 은행이 다른 은행에 비해 낮은 이자를 주었다고 그 고객이 경영 위험을 부담하였다거나 혹은 그런 은행은 예금자가 주인인 상호회사라는 주장은 있을 수 없다.

계약자 배당의 적정성 여부를 오늘날 새 잣대로 판단하는 것도 논리적 모순이다. 유배당 보험의 계약자 배당은 여러 가정 하에 추정한 보험료에 대한 사후정산이며 이는 변액보험의 계약자가 투자 위험을 부담하면서 정기적으로 자산(펀드) 재평가를 통해 투자 손익을 받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과거 국내에서는 유배당 상품의 보험료는 물론 배당 수준도 보험사의 장기적 지불능력 유지와 과당경쟁 해소 차원에서 정부가 일률적으로 정해 주었다. 따라서 정부 주도의 경제하에서 정부 지침을 준수하였다면 배당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볼 수 없다. 최근 상장자문위에서 계약자 배당의 적정성을 검증하기 위해 자산할당(Asset Share) 방식을 써 본다고 한다. 그러나 보험상품의 이익 원천별 분석과 이를 토대로 정부가 매년 제시한 기준에 따라 배당을 실시한 국내 생보사들에 대하여 이제 와서 새 잣대로 배당의 적정성 여부를 논하기는 힘들다. 오늘날 정부가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하여 주식 투자의 평가익에 대하여 세금을 면제해 주는 것이 서민의 입장에서 보면 부당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을 나중에 새로운 과세 기준으로 판단하여 과거 세금을 제대로 안 낸 파렴치한 인간으로 매도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끝으로 보험계약자가 경영 위험을 부담하였다는 주장도 논리의 비약이다. 보험사가 도산하면 최근까지 계약 이전 등을 통해 정부가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해 주었기 때문에 보험계약자가 아닌 정부 즉 국민이 위험을 부담한 적이 있다.
따라서 오늘날 크게 성장한 보험사들은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다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론적으로 국내 생보사는 주식회사며 상장은 기존의 상장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순리다.
언제든지 경영의 잘못이나 불법 행위 등이 있으면 사안별로 생보사를 엄벌해야 하지만 이를 감정적으로 상장과 연계시키는 것은 부당하다.

/klew@snu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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